1년 전 대형 산불로 실의에 빠진 경북 울진 주민들을 다시 가슴 철렁하게 한 2월 울진 산불의 방화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방화범은 "14년 전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범인이 나다"라고 자랑하다 수사 대상에 올랐고, 울진군 공무원과 경찰의 추적 끝에 덜미가 잡혔다.
울진경찰서는 지난 2월 1일 울진군 기성면 정명리 야산에 불을 지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A(64)씨를 붙잡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이 불로 소방대원 등 인력 186명이 동원돼 밤새 진화 작업을 펼쳤고, 축구장 2개 면적에 달하는 임야 약 1.4㏊가 탔다.
기성면 산불은 14년 전인 2009년 1~3월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5건 연쇄 방화 추정 산불과 유사한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경찰과 산림당국은 지난 2월과 2009년 산불 모두 발화지점에서 화재가 확산할 때까지 방화범이 도주할 시간을 벌기 위해 만든 장치들이 발견된 데 주목했다. 방화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2009년 산불 범인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A씨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는 2월 산불 발생 직전 군청 산불감시원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뒤 “화가 난다. 불을 지르겠다”고 말하고 다닌 정황도 확인했다.
이에 울진군과 경찰은 산불감시원에서 떨어진 A씨가 불만을 품고 고의로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한 뒤 행적을 쫓았다. 조사 결과 A씨가 방화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구를 구입하는 모습이 확인됐고, 범행을 저지른 시점의 휴대폰 위치 기록도 산불이 발생한 야산 주변과 일치했다. 하지만 A씨는 두 번의 범행 모두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추가 범행 여부를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