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카카오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크게 휘청였고,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회사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고 나섰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매출액 1조7,403억 원, 영업이익 711억 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매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5%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55% 떨어졌다. 이번 성적표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회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259억 원과 1,227억 원으로 전망됐다. 회사 수익성 지표로 여겨지는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의 6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201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을 거두자 '어닝 쇼크', '카카오 쇼크'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업별 성적표를 살펴보면 플랫폼 부문 매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9% 늘었다. 특히 주요 광고수입이 발생하는 톡비즈 부문 매출은 경기 회복이 늦어지는 상황에서도 12% 증가한 5,156억 원을 기록했다. 플랫폼 부문 기타 사업에는 택시·대리운전·주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사업과 카카오페이 결제 및 금융 서비스가 포함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하면 18% 증가한 3,656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포털 검색 사이트 다음을 포함한 포털비즈 매출은 1년 동안 27% 쪼그라들어 836억 원에 머물렀다. 시장분석에 따르면 현재 다음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4.67% 수준이다. 네이버 59.46%, 구글 30.61%에 비하면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미디어 매출도 10% 떨어져 677억 원에 그쳤다.
카카오 실적 부진은 지난해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여파로 분석됐다. 당시 카카오 서버 상당수가 몰려 있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T, 카카오맵을 비롯한 회사 서비스 대부분이 장애를 겪었다. 회사는 서버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를 여러 개로 늘리고, 관련한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올해 1분기 인프라 투자 비용은 1년 전과 비교해 18% 늘어났다"면서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설비 투자도 15% 증가했다"고 전했다.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투자 확대가 비용 증가로 이어졌고 실적 성적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겪고 있는 광고시장 성장 둔화와 카톡 먹통 사태 보상을 위한 무료 이모티콘 지급 여파, 택시 요금 인상에 따른 택시 수요 감소에 따른 카카오T 실적 부진도 이번 성적표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카카오는 위기 돌파를 위한 여러 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일부 사업은 완전히 손을 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CIO)은 이날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경쟁력 낮은 사업을 일부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앞으로 정리할 구체적 사업이 정해지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카카오와 카카오 공동체(계열사) 전체적으로 비용 효율화 노력을 진행 중"이라며 "일부 사업을 정리하면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 내부에선 포털 '다음(Daum)' 사업부문을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하는데 이 역시 전반적 사업 경쟁력 확보와 실적개선 목표가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는 넓혀갈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헬스케어, 클라우드 사업이 대표적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을 올해 하반기 중 공개할 계획이다. 원래 목표는 상반기 중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었지만 계획이 다소 밀렸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코GPT는 한국어 특화 모델에 경쟁력이 있다"며 "글로벌 회사들과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카카오톡 주요 탭(항목)에 오픈 채팅을 눈에 띄도록 개편해 신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SM엔터테인먼트와 30여 편의 드라마 및 영화를 기획, 제작하는 등 콘텐츠·미디어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