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해마다 자산 가치가 매년 최소 3%가량 성장하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의 산림자원이다. 2000년 ㏊당 63㎥에 불과했던 우리 숲의 입목축적량이 2015년 146㎥, 2020년에는 165㎥로 늘었다. 반도체 수출부진, 글로벌 공급망 훼손을 걱정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630만㏊에 달하는 우리 숲에서는 목재자원이 자라고 있다.
반면 산림자원이 최근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떠올랐다. 과거보다 산불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면서 연간 피해액이 1조 원을 넘어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2,810건으로 피해면적은 9,315㏊에 달한다. 2022년 한 해만 1조3,000억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나무를 심은 면적(2만2,000㏊)보다 많은 2만5,000㏊가 산불 피해로 사라졌다.
산불 피해의 급증에도 불구, 산림자원이 우리에게 미치는 경제적 이득은 훨씬 크다. 게다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 산불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한편, 산림의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산불을 제대로 통제하고, 매년 축적되는 입목량을 경제적으로 관리하기만 한다면 연간 목재수입액 7조 원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국내 산불은 대형화·연중화라는 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인데, 기후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기후변화로 겨울 강수량이 기상 관측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산림 내 연료가 바짝 말라, 해가 바뀔수록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2000년대 이전에는 산불이 주로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에만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12월과 1월에도 발생 건수가 급증했다. 1990년대 평균 34건에서 2000년대는 57건으로 늘어났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117건의 겨울 산불이 발생했다.
게다가 여름 산불 피해도 늘고 있다. 매년 봄 가뭄 현상이 지속되면서 "아카시아꽃 피는 5월 이후엔 산불이 나지 않는다"란 말도 깨지고 있다. 1990년대에는 5, 6월 산불 발생이 평균 25건에 머물렀으나, 2010년대에는 평균 84건, 지난해에는 140건으로 늘었다. 대형산불도 지난해 11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도 8건이나 발생했다. 2020년과 2021년 대형산불이 2건에 머문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앞으로도 이상기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과거와 차원이 다른 산불대책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지난 50년 소중하게 조성한 산림자원 훼손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 등의 전문가들은 산불도 잡고, 경제활력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이 있다고 주장한다. 산불 발생은 △기후변화 △지형 △수종·입목량 세 가지 요인에 좌우되는데, 이 가운데 우리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종·입목량 요인을 제대로 관리하면 큰 성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입목축적량은 산불 위험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다. 강원대 연구팀이 춘천과 강릉 지역 산림의 산불위험도를 측정한 결과, 목재연료가 ㎡당 4.5㎏에 달한 강릉 지역의 한 산림은 산불 위험이 '매우 높은' 등급으로 분류됐지만, ㎡당 목재가 1㎏에 머문 춘천 지역 산림의 위험등급은 '낮은 등급'에 머물렀다. 산림청도 같은 입장이다. "산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기상, 숲, 지형이며, 이 가운데 사람이 유일하게 개입할 수 방법으로는 적절한 '숲 가꾸기'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산불을 줄이는 '숲 가꾸기' 방법은 4가지다. 우선 바닥에 있는 낙엽을 긁어내거나 키 작은 나무(관목)를 베어내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적절한 가지치기인데, 이를 통해 땅에서 시작한 불이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오는, 이른바 '수관화'를 방지할 수 있다. 적절한 '솎아 베기'를 통해 수관화로 확산된 불이 더 이상 옆 나무로 번지지 못하게 막는 방법이 세 번째다. '솎아 베기'는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 위주로 벌채하고 내화력이 강한 활엽수종은 남겨두는 방식이다. 수관화에 취약한 침엽수림을 활엽수림으로 아예 바꿔 항구적·궁극적으로 산불 위험을 줄이는 건 네 번째 방법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강원석 연구사는 "테라핀 등 정유물질을 함유한 소나무는 활엽수 대비 산불의 강도가 늘기 때문에 주거시설, 문화재 등 기간시설 주변에는 활엽수 중심으로 내화수림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사는 "숲 가꾸기가 잘된 지역은 산불이 발생할 때 탈 수 있는 연료의 양 자체가 줄어들어 주택이나 건축물이 탈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국내 다수의 산림자원 전문가들은 "급속히 늘어난 우리 산림의 입목축적량을 감안하면, 우리 숲을 제대로 관리하기만 한다면 7조 원에 이르는 목재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산림정책을 총괄하는 남성현 산림청장도 "숲 이용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그에 맞춰 원활한 숲 가꾸기 사업을 위해서는 선진국 대비 현저하게 부족한 임도 건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의 무조건적 보호라는 소극적 정책 대신, 산림의 경제성을 키우기 위해 적절한 벌채와 수종 변경을 시도하는 '공격적 숲 가꾸기'가 시급하며, 이를 이뤄내려면 일단 숲에 대한 접근성을 키우는 임도 건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임도는 ㏊당 3.97m로 선진국 대비(일본의 6분의 1, 독일의 14분의 1 수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임도가 부족해 수송 비용이 높다 보니, 목재자급률도 15%(2022년 국산 목재 사용량 430만㎥) 수준에 불과하고 우리 산에 나무가 충분한데도 지난해 58억 달러(7조7,000억 원)의 목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남 청장은 "임도를 확충하려면 산주와 환경단체 등을 설득해야 하지만, 산불도 예방하고 우리 숲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려면 임도 확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선진국 임도 밀도가 우리보다 훨씬 높고, 산불의 대형화 때문에 매년 산불로 소실되는 면적이 임도 개설에 필요한 산림보다 10배나 많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규태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회장
산림청 주요 보직(임업정책과장·산림보호국장 등)을 거치며 얻은 실무 지식과 영국 글래스고대(석사)에서의 학문적 지식을 결합시켜 산림자원의 보존과 경제적 이용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충남대 농업과학연구소 연구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녹색 전략'(도서출판 심지, 2006) '산림법 강의'(법문사, 2021) 등 4권의 관련 저서를 펴냈으며, 2002년 근정포장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