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고 하면 건방진 것 같고 쇼팽은 내 음악의 중심에 있는 동반자이자 동지죠."
많은 한국 음악팬에게 쇼팽 하면 떠오르는 피아니스트는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조성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러시아 태생의 율리아나 아브제예바(38) 역시 쇼팽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연주자다. 아브제예바는 2010년 쇼팽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후 45년 만의 여성 우승자로 주목받았다. 당시 결선 연주 중 조명이 꺼지는 사고에도 흔들림 없이 암흑 속에 연주를 이어간 일화도 유명하다.
지난 3월 쇼팽 인스티튜트와의 인터뷰에서 "쇼팽은 항상 내 주변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던 아브제예바가 바로 그 쇼팽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갖는 8년 만의 리사이틀에서다. 지난해 1월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의 협연자로 내한했지만 독주 무대는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공연 이후 처음이다.
아브제예바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쇼팽 음악의 비전을 제시하고 쇼팽의 열정을 한국 관객과 공유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브제예바는 1부에서 폴로네즈 2곡과 뱃노래, 전주곡, 스케르초를, 2부에서는 마주르카와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쇼팽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순간이 많아 큰 특권으로 여긴다"는 그는 "작곡가로서 쇼팽의 삶을 보여주는 젊은 시절 쇼팽의 음악부터 마지막 인생을 그리는 후기 작품까지 다양한 쇼팽의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아브제예바는 감정을 전할 때 언어적 표현보다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공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는 정신적·심리적으로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을 만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음악적 메시지에만 집중하는 일이다. 연주복으로 드레스보다 바지 정장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15년 전쯤 드레스를 입고 연주하다가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느낀 일이 있다"며 "연주할 때 시각적으로 불필요한 요소는 없애는 게 음악 본연에 더 충실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복장을 선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전쟁 반대 의견과 평화를 위한 결속을 돕는 음악의 역할을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작곡가 발렌틴 실베스트로프(85)의 작품을 앙코르로 연주하기도 했다. "음악은 인간이 서로 지지해 줘야 하는 존재임을, 또 우리가 누구고 왜 여기 있는지를 상기시켜 주는 힘이 있습니다. 음악적 언어를 공유할 때 우리는 서로 가까워질 수 있죠. 평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뜻을 함께하는 경험을 하고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