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보증금 국가 구제안'에 "어떤 정부도 그런 입법 안 돼"

입력
2023.05.03 18:02
피해자 집 앞 시위에 "여론몰이"
임대인 보호 논의는 시기상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을 국가가 선(先)보상하자는 야당 주장에 "어떤 정부도 그런 입법은 안 된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제시할 방안을 다 제시했고, (보증금) 미반환을 (국가가) 구제하든가 보증금을 국가가 돌려주라는 건 안 된다고 보는 게 범정부적 확고한 합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시간을 끌수록 피해자들만 입장이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해 야당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피해 보증금 채권을 매입한 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과 정부는 다른 범죄 피해자와의 형평성 등을 문제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날 전세사기피해시민대책위원회는 대통령실과 원 장관 집 앞에서 피해자 인정 범위를 늘려달라는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가 보증금 3억 원 이하, 경·공매 진행, 임대인 파산·회생 절차 개시한 주택 등 4가지 피해자 요건을 내세웠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그런 식으로 여론몰이를 한다고 해서 끌려가면서 (이들을) 만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임대인 지원에 대해 원 장관은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해 채무자"라며 "원래 보증금을 딴 데 쓰면 안 되고, 이를 씨앗으로 쓰는 걸 당연시하는 풍토도 장기적으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대인 보호와 섞어 논의하기보다 전세사기 문제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일에 이어 이날 법안소위를 열고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다시 합의가 불발됐다.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등 기존 쟁점을 둘러싼 대립이 이어진 탓이다. 여야는 간사 간 논의를 통해 소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내 본회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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