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후원금 수수'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재판 2년째 '감감'

입력
2023.05.04 04:30
10면
2017년 경찰 수사 때 한 차례 의혹 제기
수사 종료 후 4년 뒤 검찰서 뒤늦게 기소  
2021년 8월 첫 재판... 지금까지 안 열려
대구지법 "공판 자주 열어서 올해 선고"

대구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에 국책사업 수주를 도와주고 임직원들로부터 정치후원금 98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군위·의성·청송·영덕)이 첫 공판 후 2년 가까이 재판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2017년에도 같은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거론됐으나 출석조사 한 번 하지 않고 사건이 종결됐다. 2021년 6월 공소시효가 임박할 무렵 검찰이 뒤늦게 기소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으나, 이후 재판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은 2015년 5월 대구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과 다이텍연구원(옛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이사장에게서 국책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98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2021년 8월 25일 대구지법 형사11부에서 첫 공판이 열린 뒤 2년 가까이 재판을 받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2015년 5~6월 다이텍연구원 직원 48명 명의로 각각 10만 원씩 총 48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고, 같은 기간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 5명에게서 각각 100만 원씩 총 500만 원의 후원금을 기부 받았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조직적 모금이나 강요로 정치기부금을 내거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법조계에선 관련 사건의 피고인이 9명이나 되는데다, 김 의원과 함께 기소된 공범들 혐의가 입증돼야 김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다툴 수 있어 재판이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의 전직 비서관 A씨 등의 재판은 두세 달 간격으로 열리고 있다. A씨는 2015년 대구 중구 남산동 사무실에서 김 의원과 다이텍연구원 이사장, 대구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의 면담을 주선한 인물이다. 그는 2014~2015년 김희국 의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수십억 원대 국책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다이텍연구원 측이 제공한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를 목전에 두고 늑장 기소하면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재판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의원은 2017년 대구경찰이 다이텍연구원의 국비 횡령 의혹을 집중 수사했을 때, 후원금의 대가성 여부를 놓고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샀다. 그러나 경찰은 보조금 횡령을 주도한 A씨를 비롯해 14명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김 의원에 대해선 출석조사 한 번 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2021년 6월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김 의원과 다이텍연구원 전 이사장 등을 기소했다. 경찰 수사가 끝나고 4년 만에 재판을 받게 된 김 의원 등 9명의 피고인들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대구지검 측은 김 의원 재판이 열리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법원에서 천천히 재판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지법은 피고인과 증인이 많고 증거기록도 방대해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두세 달에 한 번씩 열렸던 재판을 매달 한 차례씩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피고인 9명이 불구속 상태이고, 지금까지 신청 받은 증인이 23명인데 앞으로 20명이 추가될 예정이라 재판 진행이 다소 더뎠다”며 “재판부가 공판을 자주 열어 올해 안에는 선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구= 김정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