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버려지는데 입양은 못가고... 믹스견은 서럽다

입력
2023.05.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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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2022 유실∙유기동물 보고서'


지난해 길을 잃거나 버려진 동물이 11만 마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보다 4.1%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비품종견(믹스견)과 품종견의 유실∙유기동물 발생 및 입양률 격차는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11만2,226건을 분석한 '2022년 유실·유기동물 보고서'를 발간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러 마리가 동시에 유실·유기된 사례의 경우 1건으로 기록하는 경우가 있어 발생건수와 동물 수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건수'로 표시했다.

이 가운데 27.1%는 자연사, 17%는 안락사로 10마리 중 4마리(44.1%)가 보호소에서 사망했다. 입양은 28.1%, 가족을 찾아간 경우는 12.4%였다. 동물자유연대는 "입소 동물 4분의 1 이상이 질병이나 상해로 인해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렀다"며 "열악한 보호소 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품종견과 비품종견의 유실·유기 발생 및 사망·입양률 격차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품종견과 비품종견의 유실·유기 발생 비율은 각각 47.4%, 52.6%로 5.2%포인트 차이가 났다. 반면 지난해에는 각각 21.4%와 78.6%로 57.2%포인트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기준 품종견의 경우 보호소에서 사망한 비율은 10.5%였지만 비품종견은 47.4%로 절반 가까운 수가 보호소에서 죽었다. 반면 반환∙입양률은 품종견의 경우 80%에 달했지만 비품종견33.5%에 불과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품종별 유실∙유기동물 발생 양상이 다르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정책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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