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나서기 전 곱씹어 봐야 할 질문들

입력
202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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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부대를 가지고 전쟁을 치를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전쟁은 자신의 부대로 치러야 합니다. 전쟁에 나가기 전, 당신과 같은 마음으로 전투를 치러낼 자신의 부대를 꼭 만드시길 바랍니다."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르면 좋겠는지 물어오는 분들에게 꼭 전하는 이야기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아는 분들은 바로 "부대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숫자는 상관없습니다. 두세 명이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밀도입니다. 다가올 전투를 대하는 태도, 그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유, 전쟁 이후 함께 만들고 싶은 사회에 대한 모습, 이런 것들을 당신과 진심을 다해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당신과 같은 마음으로 뛰어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전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을 구하기가 정말 힘이 들 겁니다. 백 명, 천 명, 만 명의 용병은 구할 수 있어도, 자기와 함께 전쟁을 치를 한 명의 장수는 얻기 어려운 것처럼 말입니다"라고 말이다.

이 답에 숨겨진 의미를 아는 분들은 다음 질문을 던진다. "그런 사람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라고 말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대신 다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하고자 하는 전쟁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요. 그 싸움에 당신이 대표 선수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당신의 싸움에 함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당신이 왜, 당신과 함께 내가 왜'라는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답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는 점이다. 대신 어떻게 싸울 것인지, 싸움의 기술과 관련해 자기 경험을 들며 이야기하는 사람은 비교적 많다는 점이다.

그분들께 물어본다. "실례지만 당신과 함께 싸워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사람에게,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공허한 일 아닐까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당신이 왜, 당신과 함께 내가 왜', 이 질문에 대해 당신이 명료하게 답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전쟁에 귀 기울여 줄 것입니다. 그 전쟁이 자신의 전쟁이기도 함을 알게 된다면, 더욱이 스스로가 당신이 되어 함께 전쟁을 치러낼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부대를 이룰 것이고, 그 부대가 모여, 오를 수 없을 것 같던 산을 오르게 될 것이고,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전쟁을 결국에는 이겨낼 것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말한다. "위의 내용들을 찾지 못한 채 전쟁을 치르려고 한다면, 그럼에도 전장에 나서려고 한다면, 결국 누군가의 부대를 빌려올 수밖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힘이든, 명분이든 말입니다.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려와 이긴 승리가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될 수 없음은 너무도 자명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이 말을 전한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당신이 왜, 당신과 함께 내가 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엔 돈과 힘이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할 그 누군가를 지금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이다. 다음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위의 말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경미 섀도우캐비닛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