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이자 황금연휴도 있는 5월, 혹시 해외여행 준비 중인가요? 여행 준비는 항상 귀찮죠. 저렴한 비행기 표를 찾는 것부터, 출국 날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까지 말이죠. 특히, 여행 비용을 최대한 아끼고자 하는 '알뜰족'일수록 고민이 클 겁니다. 당장 환전만 해도, 예전에는 수수료 우대율이 100%인 은행이 꽤나 많았는데 요즘은 우대율 90%인 곳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한국일보는 작년 11월 해외여행 환전 '꿀팁'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은행이나 금융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환전이라는 초급 단계부터, 중급 수준인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 네이버페이 등 현장 QR결제라는 고급 방법까지 알려드렸죠. 나아가 지폐보다 30% 저렴한 '동전 환전'도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중급 단계인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의 '심화 과정'을 소개하려 합니다. 가장 간편하지만, 다른 환전에는 없는 '추가 꿀팁'도 있습니다. 현명하게 쓴다면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만큼 편리한 것도 없거든요.
그런데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가 뭐냐고요? 쉽게 설명드리면 '결제 금액을 환전해 카드에 충전한 뒤 결제하는' 방식의 카드입니다. 만일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로 100달러를 결제하고 싶다면, 선불카드 앱 등을 통해 100달러를 환전하고, 이를 카드에 충전하면 된다는 겁니다. 충전된 금액만큼만 결제가 된다는 점에서 체크카드 방식이기도 합니다.
최근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가 여럿 소개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여행객의 필수 카드로 각광받는 트래블월렛의 '트래블페이 충전카드(트래블페이)'와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트래블로그)', 스타트업 한패스의 '트리플카드' 등이 대표적입니다. 트래블페이는 2021년 2월, 트래블로그는 지난해 7월, 트리플카드는 올 1월에 출시됐습니다.
규모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트래블월렛의 경우, 2021년 7월 3,278만9,851원에 불과했던 선불충전금 규모가 지난달 97억2,636만541원으로 대폭 확대됐거든요. 약 2년간 300배 가까이 성장한 겁니다. 트래블로그도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 수 50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는 '수수료'입니다. 외국에서 국내 발급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건당 1%대의 수수료를 통상 부담해야 하지만, 대다수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는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최대 15%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자국통화결제(DCC)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의 이점입니다.
환율에서도 유리합니다. 트래블페이와 트래블로그 등에서는 달러나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결제 직전에 환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만약 여행 도중에 환율이 하락했다면 한국에서 미리 환전했던 외화보다는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로 결제하는 게 금전적으로 유리하니깐요.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최근 일본 여행에서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로 5,000엔을 결제한 적이 있거든요. 당시 저는 결제 직전에 앱으로 환전을 했는데, 4만9,224원이 출금되더라고요. 즉, 당시 적용된 환율이 100엔당 984.48원이었다는 뜻입니다. 여행 전 국내 시중은행에서 환전했을 때의 환율은 100엔당 1003.94원(우대율 90%)으로 더 높았습니다. 적은 금액이긴 해도,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로 결제하는 게 더 저렴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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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인출도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가 편리합니다. 일반적인 국내 신용카드를 이용해 해외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면, 통상 수수료 1%에 건당 3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여기에 현지 ATM 이용수수료까지 추가되면, 많게는 인출금의 10%까지 수수료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트래블페이 등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 대부분은 현지 ATM 이용수수료를 뺀 나머지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조금 더 신경 쓰면 출금수수료 0원도 가능합니다. 해외 일부 ATM은 글로벌 카드 브랜드가 무엇이냐에 따라 이용수수료를 받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일본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설치된 세븐뱅크 ATM은 마스터카드에 한해 출금수수료가 없습니다. 즉, 마스터카드인 트래블로그와 트리플카드 등은 수수료 없이 엔화를 인출할 수 있다는 얘기죠.
이 정도는 너무 잘 알고 있다고요?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에는 '숨은 꿀팁'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혜택이 캐시백입니다. 트리플카드는 전월 실적에 관계없이 해외결제 금액의 3%를 캐시백으로 즉시 제공하고 있거든요. 이 캐시백은 트리플카드 모바일 월렛에 충전되며, ATM으로 출금하거나 카드결제할 때 쓸 수 있습니다. 다른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와 달리 해외결제수수료가 평균 1.18% 붙긴 하나, 이를 감안해도 쏠쏠한 혜택입니다. 연회비는 1만 원입니다.
한국처럼 해외에서도 교통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있습니다. 트래블페이가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등 일부 주요 도시 교통카드 기능을 지원하고 있거든요. 이는 트래블페이가 비자의 '탭 투 페이(콘택트리스)' 기능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단, 현지에서 교통카드를 사용하려면 해당 국가의 통화를 충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환전을 불필요하게 많이 했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거든요. 카드에 충전된 외화를 원화로 다시 환전할 때는 '살 때' 기준이 아니라 '팔 때' 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원화를 1달러로 환전할 때의 금액은 1,361원이지만, 이를 다시 원화로 재환전하면 1,314원밖에 못 받는 겁니다.
여기에 일부 카드사에선 환급수수료를 추가로 받습니다. 예를 들어 트래블로그는 7일 기준 수수료 1%를 받고 재환전을 해줍니다. 이마저도 이벤트 할인으로, 향후에는 5%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른 카드사도 언제든 환급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약관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적은 충전금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는 외국환거래법 규제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트래블페이는 180만 원, 트래블로그와 트리플카드는 각각 200만 원까지만 충전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금액을 결제하려면 일반 신용카드나 외화 등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진정한 여행 알뜰족은 외화 충전식 선불카드와 더불어 해외결제 혜택이 큰 신용카드까지 함께 사용합니다. 전월 실적 및 연회비 부담이 적은 신용카드를 마지막으로 소개할게요.
가장 단순한 건 토스뱅크 체크카드입니다. 8월 말까지 해외결제 금액의 2%를 캐시백으로 받을 수 있는데, 연회비나 전월 실적을 요구하지 않거든요. 다만, 국제브랜드수수료(이용금액 1%)와 토스뱅크의 해외서비스수수료(건당 0.5달러)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전월 실적이 필요하지만 혜택은 조금 더 많은 카드도 있습니다. 하나카드의 'My Trip 1Q Global VIVA(하나 마이 트립 원큐 글로벌 비바)'는 전월 실적이 60만 원 이상일 경우, 해외결제 시 적립률 9%의 하나머니(2만 머니 한도)를 제공합니다. KB국민카드의 '가온글로벌카드' 또한 지난달 실적이 50만 원 이상이면 해외 이용 시 3%까지 포인트를 적립해 줍니다. 이 밖에 신한카드의 '하이포인트' 등도 유명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