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발에 뜸을 들이던 북한이 '말폭탄'을 쏟아내면서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회담의 최대 성과물인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핵공격 위협으로 맞받았고,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고에는 인신공격성 막말을 퍼부으며 군사행동을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논평을 통해 워싱턴 선언의 여러 내용을 언급하며 한미가 북한에 대한 ‘침략기도’를 명백히 하면서 '핵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대해 “상전과 주구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우리 국가를 절멸시킬 흉계를 꾸민 윤석열 괴뢰역도의 이번 행각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도발행각, 위험천만한 핵전쟁 행각”이라고 비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입장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권 종말’ 표현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미국의 안전과 앞날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적일 수가 없고 자기 앞의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 혹평하면서 “너무나도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해 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고 깎아내렸다.
북한은 “현재와 미래의 우려스러운 안전환경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며 재차 ‘자위권’ 카드를 꺼내 들었다.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에 따른 책임을 한미 양국에 떠넘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상된 반발"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추가 도발을 경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찰위성이나 정상각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염두에 둔 듯하다”며 “대남 비난과 ‘비싼 대가’를 말한 것은 북방한계선(NLL)이나 군사분계선(MDL)에서의 긴장고조를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 전략핵잠수함(SSBN)을 비롯한 전략자산 전개 계획에 대응해 고체연료형 ICBM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발사 훈련, 또는 제7차 핵실험 등의 시점을 순차적으로 일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은 지난 13일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발사 이후 보름 넘게 이렇다할 도발에 나서지 않았다. 4월 내로 공언한 군사정찰위성도 쏘지 않았다. 3월에는 전술핵탄두 ‘화산-31형’을 공개해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아직은 행동에 옮기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