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교·안보 영역처럼 경제 분야도 미국,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전면에 앞세우고 있다.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대(對)중국 수출 부진이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는 가운데, 경제 활로를 미국과 일본에서 찾는 모습이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시작한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는 이달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4월 1~20일만 봐도 중국을 향한 수출이 26.8% 줄어서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로 우리 수출도 반등할 수 있다는 연초 기대와 다른 양상이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찾는 중국 내 수요가 과거보다 줄어든 여파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악화는 우리 경제를 가라앉히고 있다. 4월 20일 기준 누적 대중국 무역수지(수출-수입)는 98억8,000만 달러 적자다. 같은 기간 역대급으로 저조한 전체 무역적자(265억8,400만 달러)의 37%를 차지한다.
정부가 중국발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공들이는 국가는 미국, 일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일본을 찾아 문재인 정부 시기 '부산 소녀상' 건립 문제 등으로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이날 미국 국빈 방문도 마쳤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경제 성과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약 4년 만에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로 돌려놓는 절차를 개시했다. 한국에 가한 일본의 수출 규제로 특히 어려움을 겪은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이 반길 소식이다.
미국 방문에선 넷플릭스 25억 달러를 비롯해 8개 미국 회사로부터 59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투자 유치 금액이 지난해 1년간 미국이 한국에 직접투자한 금액의 3분의 2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이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굳히기로 뜻을 모은 것도 긍정적이다.
이런 경제 협력은 미국, 일본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미국으로의 수출은 269억 달러로 중국(295억 달러)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 협력을 토대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20년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대일 수출 부진도 반등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미국이 내세우는 자국우선주의, 언제든 번질 수 있는 일본과의 정치·외교 갈등은 경제에 잠재 위협 요인이라 안심하긴 어렵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을 예로 들면 반도체 등 첨단전략기술 산업에 수출이 집중되고 있다"며 "앞으로 수출 국가, 품목 다변화가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