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젤렌스키인데…" 파월 미 연준 의장도 러 코미디언에 낚였다

입력
2023.04.28 11:45
올해 1월 미국 통화정책·경제전망 대화
WSJ "공개 석상 발언과 대동소이" 평가
독일 메르켈·영국 존슨 전 총리도 속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 코미디언들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속이고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27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방송은 이날 러시아 코미디언 '듀오'인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알렉세이 스톨랴로프가 지난 1월 파월 의장과 통화한 내용 일부분을 방영했다. 영상에서 이들은 자신을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소개한 뒤 파월 의장에게 미국의 통화 정책과 경제 전망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를 냉각시키고 물가 상승을 둔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러시아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파월 의장은 서방의 대러 제재 타격을 최소화한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장에 대해 '대단히 유능하고 성공적인 테크노크라트'라고 언급한 뒤, "그의 노력 등으로 미국의 제재가 기대했던 것만큼 (러시아에) 뼈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통신사들은 전했다.

연준은 파월 의장이 속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연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지지 차원에서 이뤄진 화기애애한 대화였을 뿐, 민감하거나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WSJ도 "파월 의장의 답변은 기자회견 등 공개 석상에서 내놓은 발언과 대동소이했다"고 평가했다.

쿠즈네초프와 스톨랴로프는 유력 인사를 사칭해 해외 지도자들과 통화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앞서 두 사람은 같은 방식으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도 속인 바 있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졌다.

정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