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등에 청년·여성·비정규직 시름...최저임금 1만2000원으로"

입력
2023.04.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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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2천원 운동본부' 발족
최저임금위원회 1차 회의 내달 2일 개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손을 잡았다. 1만 원대 최저임금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과거 문재인 정부 초기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며 펼쳤던 운동을 확장해 최저임금 1만2,000원 운동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은 물가 폭등과 양극화가 심해지는 과정에서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등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40여 시민사회단체가 뭉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원 운동본부'가 26일 발족했다. 운동본부에는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을 구성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비롯해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운동본부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전년 대비 30% 이상 올랐고 생활물가 상승률도 10% 이상 지속되고 있는 반면 노동자 실질임금은 5% 이상 감소했다"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남성과 여성의 임금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고 있는 지금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발족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식당에서 삼겹살을 시켜도 1인분에 1만5,000원이 넘고, 아이와 함께 치킨 한 마리만 시켜도 2만 원이 넘는다"라며 "나의 노동의 가치가 가족들과 저녁 한 끼 먹는 것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일부 보수 언론과 사용자단체가 1만2,000원이 노동계의 의미 없는 요구 수준이라고 칭하지만, 이건 물가 폭등 시기와 노동자 실질임금 저하 현상까지 반영한 합리적인 인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정말 최저임금이 700만 자영업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냐"라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가맹계약, 치솟는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등 이 사회의 진짜 갑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에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을과 을끼리 갈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순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여성 노동자의 49.6%가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평균 임금은 남성 정규직의 38.8%밖에 안 된다"라며 "2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동의 1위인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최저임금부터 대폭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지지를 확대해 대폭 인상을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하반기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임금체계 정상화 등 요구사항을 입법화하기 위한 투쟁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달 18일 개의 선언조차 하지 못한 채 파행한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는 내달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다시 열린다. 1차 회의 당시 양대노총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간사였던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공익위원 사퇴를 요구하며 현장 시위를 벌였고, 공익위원들이 이에 항의하며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회의가 무산됐다. 다시 열리는 회의는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정부청사에서 진행되는 만큼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9명의 근로자위원 중 한 명인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회의에 성실히 참석하겠지만 계속 권 교수의 공익위원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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