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거론하자 러시아가 연일 반발하고 있다. 북한에 최신 무기를 줄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러시아가 대북 군사지원에 나선다면 한반도 안보는 더 불안해질까.
이에 대해 독일 컨설팅업체 ST 애널리틱스 대표를 맡고 있는 마커스 실러 박사는 "웃기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유럽에서 북한 미사일 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는 28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오래전부터 북한에 무기 기술을 제공해 왔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단언했다. 한국을 향한 러시아의 엄포는 말 그대로 협박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러 박사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러시아와 북한의 유착 근거로 들었다. 러시아가 1997년 개발한 ICBM '토폴-M'과 완전히 똑같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러 박사는 "(화성-18형의) 미사일 제원을 추정해볼 때 토폴-M의 복제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기술을 전수하지 않았다면 북한이 '쌍둥이 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미사일은 모두 3단 고체연료 추진 ICBM인데 △중량(화성-18형 49톤, 토폴-M 47톤), △길이(21.8m, 21.9m), △지름(1.8m, 1.9m), △최대사거리(1만㎞, 1만1,000㎞)가 흡사하다.
실러 박사는 경제제재로 손발이 묶인 북한이 초고속으로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며 '뒷배'를 의심했다. 그는 “북한은 극히 제한된 시험·개발 여건 속에서도 (시험 발사 등에서) 거의 실패하지 않고 고도화된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면서 “미사일 제작기술을 아는 누군가의 막대한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기 사찰관이었던 세계적 로켓 전문가 로버트 슈무커는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구소련과 러시아의 지원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25년간 지적해 왔다"면서 "(북한에 미사일 기술을 전수해준 조력국이 있다는 건) 로켓 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넘긴 건 미사일 기술뿐일까. 실러 박사는 "북한 탱크의 섀시(몸체)가 러시아 탱크와 매우 흡사하다는 보고도 있고, 로켓 추진 수류탄부터 보병용 지대공 미사일까지 북한 무기 중 러시아 제품과 비슷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분단 이후 처음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구소련이 만든 SA-5 지대공 미사일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북한의 다음 도발카드로 ICBM 정상각도(30~45도) 발사가 거론된다. 미국 코앞까지 미사일을 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실러 박사는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남은 상태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껏 ICBM의 발사각도를 높여 동해에 떨어뜨렸다. 발사 자체만으로도 주변국이 반발하지만, 비행거리가 줄어 최소한 물질적 피해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상각도로 쏘면 미 본토에 닿는 1만㎞ 넘게 날아갈 수 있다. 그는 "정상각도 발사는 실패할 경우 주변국 영토로 추락해 인명피해를 낼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면서 "성공하더라도 자신의 머리 위로 북한 미사일이 날아가는 것을 반기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