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자 3명 중 2명은 기억력이 떨어져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매주 3∼4일 걷는 암 생존자는 기억력 문제를 호소하는 비율이 크게 낮았다.
고상진 울산대 간호학과 교수가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암 생존자 353명을 대상으로 암 극복 후 기억력 문제 경험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암 생존자의 38.2%(135명)는 암 치료 후 ‘기억력에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다, ‘가끔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54.1%), ‘자주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7.1%), ‘지속해서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0.6%) 등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61.8%로, 거의 세 명 중 한 명꼴이었다.
암 치료 후 기억력이 떨어질 위험은 소득이 낮거나 흡연하거나 우울증이 있으면 각각 2.2배·3.2배·6.1배 컸다. 직업이 있거나 음주를 하거나 주당 3∼4일 걷기를 실천하는 암 생존자의 기억이 떨어질 위험은 각각 0.2배·0.3배·0.2배로 감소했다.
암과 관련한 인지 장애는 주로 기억력 저하를 가리킨다.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학습·실행 기능·일 처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암 관련 인지 장애는 일반적으로 항암화학요법 부작용으로 알려졌다. 이를 화학요법 관련 인지 장애·화학 뇌(chemo brain)·화학 안개(chemo fog)라고 부르는 것은 그래서다.
항암화학요법을 받지 않았는데도 인지 장애를 호소하는 암 생존자도 있다. 동물실험에선 항암제 치료 전에 인지 장애와 행동 변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고상진 교수는 “최근 암 치료 기술 발달로 암 생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암 생존자가 흔히 경험하는 기억력 문제 등 인지 기능 저하는 생존과 관련 없어 상대적으로 간과됐다”며 “암 생존자의 기억력 문제와 관련한 여러 요인을 개선할 수 있는 인지 재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지 최근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