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에 온다는 러셀이 ‘그 러셀’ 맞아?"
지난 2020년 7월 키움이 대체 외국인 선수로 애디슨 러셀을 선택하자 야구팬들은 술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러셀은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오클랜드ㆍ전체 11순위)됐고, 2016년에는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는 등 그동안 한국 땅을 밟은 '무늬만 빅리거'와는 다른 클래스였다. 이후 성적이 하락하며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기도 했지만, 한국 야구팬들은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KBO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2020년 당시 65경기에서 타율 0.254에 홈런은 2방에 그치며 부진했다. 급기야 시즌 막판엔 주전 라인업에서도 빠졌다. 그렇게 재계약에 실패한 러셀은 쓸쓸히 멕시코 리그로 떠났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올 시즌 ‘KBO리그 시즌 2’의 러셀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체격도 눈에 띄게 키우고 단단하게 다졌지만, 실력도 ‘시즌 1’에 비해 훌쩍 '벌크업' 됐다. 이미 시범경기부터 홍원기 키움 감독은 러셀에 대해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봤을 때 몸이 많이 불어 있어서 걱정했는데 그냥 살이 아니라 다 근육이었다”면서 “수비 때 보니 몸놀림은 그대로였다”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그리고 개막 후 16경기를 소화한 24일 현재 러셀은 타격 7위(0.356)에 OPS(장타율+출루율) 15위(0.864)다. 둘 모두 팀 내에선 1위다. 2020시즌과는 천양지차다. 무엇보다 득점권 타율이 0.706으로 이 부문 리그 2위 김현수(LGㆍ0.600)보다 무려 1할 이상 높다. 타점 역시 6위(16점)다.
타점도 알짜배기다. 개막전이었던 지난 1일 고척 한화전에서는 2타점을 올리며 팀의 3-2 역전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18일 고척 삼성전에서는 8회말 내야안타로 삼성 선발 백정현의 퍼펙트게임을 무산시켰다. 19일에도 4-5로 패색이 짙던 9회말 2사 1ㆍ3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치며 연장 승부로 끌고 갔다.
수비에서도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사실 키움이 올 시즌 러셀을 선택한 것은 유격수 쪽에서 확실한 주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직 많은 경기를 소화하진 않았지만, 탄탄한 수비력을 뽐내며 ‘실책 제로’를 유지 중이다. 특히 20일 고척 삼성전에서는 7회 삼-유간을 흐르는 타구를 낚아채며 메이저리거다운 수비를 선보이더니, 9회에도 원바운드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 1루에서 타자 주자를 잡아내 많은 박수를 받았다. 23일 인천 SSG전에서는 4회 홈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상대 포수의 태그를 재치 있게 피한 뒤 득점하는 등 점차 KBO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러셀은 “(벌크업으로) 몸이 커졌지만, 아직 날렵하다. 오히려 파워가 좋아져 만족한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