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감독 허술 탓 ‘전세사기’, 정부 최대한 책임져야

입력
2023.04.24 04:30
27면

국민의힘ㆍ정부ㆍ대통령실이 23일 모여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은 피해자 주거안정에 주안점을 두었다. 피해자에게 임차 주택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낙찰받을 경우 세금 감면과 장기 저리 융자 등을 제공한다. 또 계속 임대로 살기 원한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한 후 피해 임차인에게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임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선순위 채권자가 있는 경우에는 보증금 회수가 불투명해, 임차인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될 수는 없다.

물론 정부가 피해보증금 전액을 지원한다면, 재정 부담 증가와 함께 결국 그 부담을 국민 모두가 나눠서 져야 한다는 점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피해 규모는 빠르게 늘어 확인된 것만 피해자가 1,700명, 피해액은 3,100억 원을 넘어섰다. 지역도 수도권에서 대전 부산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피해가 대형화한 것은 임차인 보호 제도 자체의 허점, 부동산 중개제도의 문제점 등 정부의 감시 감독 소홀 탓이 크다. 그런 만큼 피해자 구제 역시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먼저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한 후 전세사기범의 범죄수익을 철저히 몰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전세 피해 유형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해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맞춤형 피해 상담과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 대책이 늦어지는 사이 이미 경매에 넘어가 매각이 완료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도 강구될 필요가 있다. 또 전세 피해 공포 확산으로 전세 거래가 끊기면서 집값보다 전셋값이 높은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사기가 아니더라도 세입자가 전셋값을 제때 받지 못하는 피해가 앞으로 더 늘어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정치권은 피해 대책 작동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고, 정부는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피해자 구제의 빈틈을 줄여야 한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