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쯤 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몽중산다원 차밭에서는 미스코리아 지역예선 미스전남선발대회 후보자들이 보성군청 홍보영상을 촬영하느라 분주했다. 초록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어김없이 차밭이 펼쳐졌고, 단아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20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싱그러운 봄기운을 잔뜩 머금은 어린 찻잎을 조심스레 따 모았다. 푸른 녹차밭에서 펼쳐진 그림 같은 모습에 지켜보던 주민들도 "예쁘다"며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이들은 다음 달 4일 보성세계차엑스포 주 무대에서 열리는 미스코리아 전남대회를 앞두고 오는 29일부터 9일간 ‘제11회 보성세계차엑스포’ 개최를 홍보하기 위해 모였다. 이 대회를 통해 그동안 명백이 끊긴 녹차아가씨 선발의 전통을 이어주길 바라는 주민들의 뜻도 한몫했다. 우리나라 차 최대 주산지인 보성군 내 차 재배면적은 755㏊로, 국내 전체 재배면적의 28%를 차지한다.
녹차의 수도, 보성에서 열리는 보성세계차엑스포는 ‘천년의 보성 차, 세계를 품다’를 주제로 한국차문화공원과 보성읍·벌교읍, 율포해변 등 일원에서 △보성다향대축제 △서편제보성소리축제 △불꽃축제 △일림산 철쭉제 △벌교 갯벌 레저뻘배대회와 연예인 축하 공연 등 전국단위 스포츠 행사까지 아우르는 통합축제형 행사다.
개막일인 29일 오후 3시에는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화려한 에어쇼가 예정돼 있으며, 개막식 축하 공연엔 김호중·영탁·송가인 등 트로트 가수와 시그니처·유키스·비비지·TNA 등 아이돌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축제에서 최대 볼거리는 엑스포 기간 내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열리는 ‘동양 차 문화 다구 유물전시회’다. 차의 역사와 문화를 ‘녹차 도슨트’가 직접 설명한다. 또 △세계 차 문화 전시관 △동양 차 문화 2000년 유물전시관 △세계 티 로드관 △티 테라피관 △티 명상관 △티 블랜딩 품평관 △보성 생태 다원관 △차 만들기 체험관 등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8개의 전시관이 들어선다.
엑스포는 중국 신농 시대부터 18세기 서양 홍차 찻그릇까지 2000년에 걸친 다구의 변천사를 보여주며, 약 700여 점의 유물을 시대별로 만나볼 수 있다. 중국 최초의 약물학 전문 서적인 ‘신농본초경’과 함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삼황도(三皇圖)가 전시된다. 삼황도는 복희, 황제, 신농 등 중국 차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초상화로 14세기에 제작됐다.
인류 최초의 음용 토기 50점도 전시된다. 해당 기물들은 신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까지 차 문화가 태동하기 이전의 유물로 약 6,500년 전에서 2,000여 년 전의 일상생활 음용기로 추정된다.
백제를 거쳐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차 역사와 문화도 찻그릇을 통해서 만난다. 서울 풍납토성과 공주 무령왕릉, 천안, 함안 등 백제 유적지에서 발견된 초기 청자 찻그릇과 고려 시대 꽃피웠던 청자 기술, 조선 초기 녹차 찻그릇 등을 비교해 보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
각종 차 품평 대회도 관심거리다. 다음 달 4~6일 세계 각국의 명차를 선발하는 세계 차 품평 대회, 대한민국 최고의 차를 선발하는 대한민국 차 품평 대회, 대한민국 티 블랜딩 대회 등 3개 분야로 나눠 실시한다. ‘대한민국 티 블랜딩 대회’는 5월 4일 개최되며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블랜딩 차를 전문가가 심사 후 최고의 차를 선발한다. 5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녹차·발효차·떡차·말차 4가지 100여 개의 제품 심사 후 시상한다. 이어 6일엔 녹차·청차·홍차·백차·흑차·황차 6개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호주, 인도, 프랑스, 라트비아, 덴마크, 싱가포르, 중국, 대만, 스리랑카 등 전 세계 10여 개국 차 품평 전문가들이 전 세계 명차 100여 종류를 심사한 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여한다.
학생 차 예절 경연 대회·다례 퍼포먼스 경연 등 15개 경연·품평 대회와 100여 개 프로그램도 주 행사장인 한국차문화공원 내 보성군청소년수련관에서 이어진다. 엑스포 기간 ‘제1회 대한체육회장기 전국 장사 씨름대회’가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다향체육관에서 총 930여 명 남녀 장사가 경합을 벌인다.
김철우 보성세계차엑스포 공동조직위원장은 “엑스포는 보성 역대 최대규모의 축제로 세계 차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진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행사를 제공한다”면서 “엑스포를 방문하는 관람객에게는 차를 통해 치유와 힐링을 선사하고, 천 년의 보성차를 세계 속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