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피해주택에 대한 경매 연기(매각기일 변경)를 직권으로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정부의 유예 발표에도 경매가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의 불안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전국대책위) 등은 이날 오전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주택이 경매에서 낙찰되면 정부와 국회가 아무리 좋은 피해자 구제 대책을 내놓더라도 소용이 없게 된다"며 "경매 매각기일은 법원과 판사 재량으로 연기가 가능하다. 제4, 5의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직권으로 변경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국대책위에 따르면 이미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설정된 400여 건의 근저당이 채권추심업체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미추홀구 대책위) 자체 조사 결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3,079가구로, 이 중 67.6%(2,083가구)가 경매 대상이다. 대책위에 가입된 1,787가구 중 106가구는 경매 후 매각이 완료됐고, 261가구는 매각이 진행 중이다. 672가구는 경매 기일이 정해지지 않았고 나머지 27가구는 공매 대상으로 파악됐다.
전국대책위는 "정부가 피해주택에 대한 자율적 경매와 매각 유예 조치를 발표하고 모니터링도 하고 있지만 근저당이 채권추심업체로 넘어간 가구에도 경매 유예가 적용될 지는 알 수 없다"며 "법원 경매 절차를 연기하거나 정지하려면 민사집행법을 따라야 하지만 매각기일은 법원 재량에 의해 변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낙찰자가 나오고 채권 회수가 이뤄지면 피해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집을 비워야 한다. 앞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경우 피해주택 경매가 진행되지 않도록 매각기일 변경에 착수했다. 금융권도 경매 연기 행렬에 동참했으나 일부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우 채권자들이 경매 기일 변경을 하지 않아 인천지법 등에서 경매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날 인천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경매 8건이 대부업체 등 채권자들로부터 기일 연기 신청이 접수되면서 모두 연기됐다. 이 사건들은 두 달 후 기일이 다시 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