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농촌 빈집 절반으로... 기업 참여시켜 '리모델링'

입력
2023.04.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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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중장기 대책... 6.6만→3.3만 채
6월부터 민관 합동 프로젝트... 1호 해남

7만 채 가까운 농촌 빈집이 4년 뒤에는 절반 수준으로 확 줄어들 전망이다. 농촌이 되살아나려면 주거 환경부터 정비돼야 한다고 정부가 판단하면서다. 기업을 참여시켜 호텔 등 다양한 용도의 공간으로 빈집을 개축(리모델링)한다는 것이 정부의 핵심 구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현재 약 6만6,000채인 농촌 빈집을 2027년까지 3만3,000여 채로 감축한다는 게 이번에 정부가 설정한 중장기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평균 7,500채 정도인 정비 대상 빈집을 두 배인 1만5,000곳가량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양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사업 체계 역시 대폭 개편된다. 일단 정비 단위가 점(點) 개념인 개별 주택에서 공간 개념인 마을로 바뀐다. ‘농촌마을보호지구’로 지정된 마을을 ‘농촌주거환경 개선사업’ 지원 대상으로 우선 선정하는 식이다. 민간 기업이 마을정비조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농촌 주거공간 재생사업’을 신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마을 단위 빈집 정비의 경우 집단 대출 같은 융자 지원도 이뤄질 공산이 크다. 정부가 빈집 전용 정책금융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변화는 사업 주체의 확대다. 정부가 6월부터 본격 추진하는 ‘민관 합동 빈집 재생 프로젝트’는 빈집 소유자와 정부ㆍ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사업이다. 공공 주도 사업의 한계를 민간 참여로 극복하려는 윤석열 정부 특유의 시도인 셈이다. 농촌 빈집을 귀농ㆍ귀촌인 대상 임대 주택이나 어린이ㆍ청소년 공간, 마을 호텔 등 새 용도로 리모델링한다는 게 프로젝트 목적이다.

프로젝트 1호 대상지는 대표적 인구 감소 지역인 전남 해남군이다. 농식품부는 이마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함께 6월부터 해남군 마을 2곳에서 시범 사업을 해 본 뒤 하반기에 참여 기업을 추가 발굴해 사업 지역을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정비 촉진을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이 함께 동원된다. 농식품부는 내년 입법(농촌 빈집 특별법)을 통해 중앙ㆍ지방 정부 역할을 나누고, 신속한 정비 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 간소화와 건축 규제 완화 특례 등의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철거ㆍ개축 명령을 따르지 않는 빈집 소유자를 상대로 500만 원 이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농어촌정비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대책에는 빈집 거래 활성화 방안도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와 함께 전국 빈집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전국 빈집 정보 플랫폼(빈집정보알림e)’을 상반기 내 구축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지역 부동산 업체 등과 이 플랫폼을 연계해 입지나 노후도, 가격, 교통 등 빈집 정보와 관련 정책 사업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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