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 1분기까지 매각 처분된 공공기관 자산이 1조4,000억여 원어치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간 계획치의 2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인데, 부동산시장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재정 확충 등 정책 목표가 있는 만큼, 가속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0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공공기관 혁신 계획 2023년 1분기 이행 실적 점검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올해 3월까지 공공기관들이 매각한 자산 가격은 1조4,322억 원(208건) 규모다. 유형별로는 청사나 역세권 땅 등 부동산이 1조1,518억 원(108건)으로 가장 액수가 크고, 다음으로 출자회사 지분 1,725억 원(46건), 기계 설비나 골프ㆍ콘도 회원권 등 부동산 외 자산 1,089억 원(54건) 순이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광운대(2,030억 원)와 서울역 북부(1,065억 원), 옛 포항역(1,035억 원) 역세권 유휴 부지 매각 실적 6건 비중이 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분기까지 납부된 금액만 4,901억 원이다. 매매 계약금 총액은 1조2,977억 원에 이른다.
실적 압박에 따른 헐값 매각은 없었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한국남부발전 KOSPO영남파워 잔여 부지 등 3건만 예정가의 52~89% 수준에 팔렸을 뿐, 매각 실적에 포함된 부동산 108건 중 80건이 예정가와 같거나 높은 가격에 매각됐다는 것이다. 나머지 25건은 일부만 매각돼 현시점에서 예정가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김언성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시장이 안 좋은데 부동산을 강제로 팔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속도다. 작년 정부가 2027년까지 매각하겠다고 예고한 자산 규모는 14조5,000억 원 수준이고, 올 연말까지 목표치가 6조8,000억 원이다. 1분기 실적 이행률 20.6%는 잠정 목표(25%)에 미달하는 저조한 수치다. 정부가 꼽는 요인은 두 가지다. 부동산 경기 침체 국면에 초창기 준비 부족이 겹쳤다는 것이다. 애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에 굳이 매각 일정을 조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기재부는 보고 있다.
외려 정부의 소극적 자세가 지적 대상이다. 매각 정당성과 별개로 재정 건전성 강화 등 목표를 수립하고 기왕 팔기로 한 이상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실적 부진은 큰 문제”라며 “계획 당시보다 시장 상황이 나빠진 만큼 가격 조정이나 토지 용도 조건 완화 등 매수자 수요에 맞춤한 정책 대응으로 매각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원 감축은 계획대로 순조롭다. 291개 기관이 직제 개편을 완료, 1분기까지 올해 계획(1만1,072명) 대비 96.8%인 1만721명 줄였다. 2025년까지 1만2,442개 자리(전체의 2.8%)를 없애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김 국장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안 한다”며 “매년 퇴직ㆍ이직에 따른 자연 감소가 1만8,000명 정도 되는 만큼 올해 신규 채용도 2만2,000명 이상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내 대출 등 특혜 논란을 빚은 복리후생 제도는 개선 대상(636건)의 약 절반(327건)이 정비됐으며, 작년 예산 절감 규모는 경상경비 1조5,493억 원, 업무추진비 172억 원으로 각각 계획 대비 이행률이 216%, 273%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정부는 작년 7월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능 △조직ㆍ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을 5대 효율화 분야로 정하고, 10~12월 분야별 이행 계획을 차례로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