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으로 살겠다"는 조국, 총선 출마 묻자 "답변 곤란"

입력
2023.04.20 09:50
"목에 칼 걸려 무슨 일 하겠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목에 칼이 걸렸는데 무슨 일을 하겠는가, 앞으로 자연인 조국, 인간 조국, 시민 조국으로 살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은 피해갔다.

조 전 장관은 19일 오후 전북 전주한벽문화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처지를 '위리안치(圍籬安置·죄인을 귀양 보내 울타리를 친 집에 가두는 형벌)'라는 말로 대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조선시대로 말하면 저는 형조판서를 하다가 함경도로 유배 간 상황"이라며 "지금은 민정수석도 아니고 교수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두게 될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가시넝쿨이 잠시 풀려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2월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재판부가 "피고인 조사가 완료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사회적 유대관계에 비춰볼 때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 법정 구속은 면했다.

이날 행사에서 한 지지자가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자 조 전 장관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오히려 참석자들은 "출마하라"며 박수로 격려했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민씨에 대한 질문에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아이"라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그는 '사법살인' 개념을 설명하며 "법률을 만들 때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많으면 집행하는 사람이 남용할 수 있다. 입법부가 엄격하게 규정해 놓으면 검찰이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주권자인 국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를 언급하며 참담해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조국 사태가 발생했을 때 지인 등과 연락이 완전히 두절돼 변호인들을 구하기조차 힘들었고 1년여간 고립된 생활을 했다"며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경험을 했는데 그 자리를 저와 인연이 없는 분들이 채워주셨다"고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번 행사는 조 전 장관과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황현선 더전주포럼 대표의 초청으로 열렸고,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이 특별 초대 손님으로 함께 했다.

박민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