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중단 서두르고, 전세사기 전향적 입법 나서라

입력
2023.04.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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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3명의 죽음이 나오고 나서야 정치권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다. 사건이 불거진 지 5개월 넘도록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다가 중구난방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늦은 만큼 더 체계적이고, 더 전향적이어야 한다.

당정은 어제 종일 전세사기 관련 회의와 간담회 등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국민의힘은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0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열어 피해자의 거주 주택 우선매수권 행사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전세사기 매물의 경매를 일정기간 유예해 현행 법규를 위반하더라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비조치의견서를 금융사에 보냈다. 인천시도 청년 피해자들에게 1년간 월 40만 원씩 월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 단체가 줄곧 외쳐왔듯 전세사기 피해는 사회적 재난이다. 집값·전셋값 폭등을 방치하고 불법감독을 게을리한 정부, 무분별하게 대출을 남발한 금융기관, 세입자 보호 법안을 방치한 국회 모두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들 모두 이제라도 절박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설익은 대책을 쏟아내며 혼선을 부추겨선 안 되고, 상대 비판에만 매달려서도 안 된다. 우선 거리에 나앉는 이들이 없도록 경매 중단에 속도를 내야 한다. 미추홀구 피해 가구 중 임의경매 가구가 2,479가구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비조치의견서만 보낼 것이 아니라 금융사 한 곳 한 곳 설득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금융사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즉시 응하기 바란다.

피해자 우선매수권, 보증금 선지원, 공공매입 등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방안들도 더 이상 어물쩍 뭉개선 안 된다. 형평성이나 실효성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재난 상황에서 안 되는 이유만 꼽고 있자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부작용을 걸러낼 최적의 해법을 찾아내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국회가 초당적으로 손잡아야 하고, 특별법이 필요하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많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