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는 내년 4월 총선의 스윙보터로 꼽힌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해 선거 때마다 진보나 보수로 결집하는 다른 세대들과 달리, 무당층 비중이 높고 성향이 고정돼 있지 않은 탓에 주요 선거에서 선택을 달리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25~27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무당층 비율은 48%, 30대는 35%였다. 20대 무당층 비중은 전 연령대 무당층(27%)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높다. 진보와 보수 중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매달 공개되는 한국갤럽의 '주관적 정치 성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가운데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26%였다. '진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24%)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40대에선 진보 성향이 보수 성향보다 8%포인트 높았다. 60대는 보수가 진보보다 14%포인트, 70대 이상은 21%포인트나 앞섰다. '40대는 진보, 60대 이상은 보수'라는 공식이 어느 정도 사실인 셈이다. 50대는 보수(26%)와 진보(28%)의 차이가 2%포인트였지만, 20대와 달리 특정 연령(1967년생)을 기점으로 진보 우위와 보수 우위 성향이 나뉜다.
2030세대 표심의 위력은 탄핵 정국 이후 주요 선거에서 확인되고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와 30대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47.6%, 56.9%의 표를 몰아줬다. 문 전 대통령의 최종 득표율(41.08%)보다 높다. 이러한 청년 세대의 지지는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민주당(위성정당 포함)이 180석을 차지한 2020년 총선에서 20대는 56.4%, 30대는 61.1%가 민주당 후보(지역구)에게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2030세대는 2019년 조국 사태를 계기로 균열이 발생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없앴다는 점에서 청년층의 민심 이반을 가속화했다. 그 결과는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 20대는 55.3%, 30대는 56.5%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표를 던졌고, 2030세대의 오 시장 지지는 전체 득표율(57.5%)에 맞먹었다. 지난해 대선에선 보수정당이 약세를 면치 못했던 2030세대에서 남성과 여성의 표가 갈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표가 고르게 돌아갔고, 이는 윤 대통령의 근소한 우위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처럼 여야 모두에 마음을 주지 않는 탈정치화가 지속될 경우, 2030세대의 투표율이 선거의 향배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30세대가 투표를 하지 않고, 40대(진보)와 60대 이상(보수)의 대결로 선거가 치러지면 60대 이상 유권자가 많아 보수진영에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무당층으로 빠져 있는 2030세대도 선거가 다가오면 선택을 할 것"이라며 "청년층은 경제상황 등 자신의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책을 주도해야 하는 여당에 비판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