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보다 학원 더 다니는 초등생... 부모 퇴근까지 두세군데 '뺑뺑이'

입력
2023.04.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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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SWOT 보고서]
①공정한 출발선은 가능한가
국가책임교육… 초등 교육격차 줄일 늘봄학교
"질적 개선해야… 사회시설 외 돌봄 대안도 필요"

편집자주

유보통합부터 대학개혁까지. 정부가 교육의 틀을 다시 짜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한국일보는 교육계 전문가 13명에게 이번 정부 교육개혁 정책의 기대효과와 부작용, 위기와 기회 요인(SWOT)을 물었습니다. 공정한 출발선은 가능할지, 잠자는 교실은 일어날지, 대학을 위기에서 구해낼 방법은 무엇일지 5회에 걸쳐 분석합니다.

서울 서초구 A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최예은(9·가명)양은 오후 1시 30분 수업이 끝나면 학교 앞에 와 있는 학원 셔틀버스를 타고 피아노 학원으로 간다. 피아노 수업이 끝나면 학원 셔틀버스가 다시 최 양을 영어학원에 데려다준다. 영어학원까지 마치고 나면 오후 5시 남짓. 최양의 부모는 맞벌이어서 돌봄을 위한 사교육은 필수다. 최양의 엄마 박모(38)씨는 "학교가 일찍 끝나 학원 한두 군데는 꼭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지난해 기준 85.2%로 중학생(76.2%), 고등학생(66%)보다 더 높다. 공공 돌봄 서비스가 부족해 많은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돌기 때문이다.

정부는 돌봄 공백으로 발생하는 사교육 수요를 공공 영역으로 흡수하기 위해 올해 '늘봄학교'를 도입, 전국 214개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과 함께 정부가 강조하는 '국가책임교육'의 한 축이다. 등교 전, 저녁 시간 등 정규수업 전후로 양질의 교육·돌봄 통합서비스를 제공해 과열된 사교육 의존도와 교육격차를 낮추는 것이 골자다.

기존 돌봄교실은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대기인원이 많아 참여가 쉽지 않았는데, 늘봄학교는 인기 강좌를 추가 개설하거나 운영시간을 다양화하는 등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교사노조연맹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급하게 도입돼 여러 빈틈을 보이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 △공간 부족으로 인한 정규수업 교실 침해 △기간제·자원봉사 인력 채용의 어려움 △학교 교사의 돌봄 업무 투입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강사 채용난으로 일선 교사나 교감, 교장까지 프로그램 강사로 급히 투입되면서 교육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졌고, 늘봄학교에 투입된 교사들이 담당 학급 학생들의 하교까지 지도하면서 정작 늘봄학교 참여 학생들이 교실에 방치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전업주부 배수민(42)씨는 "늘봄학교를 이용하면 구직활동이나 재취업 등 개인적인 시간 여유가 생기겠지만, 현재 운영 중인 아침 늘봄학교도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도서관에 모아 놓고 방치하는 수준이라 당장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이들이 제대로 돌봄을 받으려면 어느 한 주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아이들을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 등) 사회시설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것과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며 "사회시설 이외 돌봄 대안이 없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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