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현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 소송이 시작됐다. 국내 4위 재력가인 그의 이혼이 성립된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 원정숙)는 19일 부인 이모씨가 권 창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양측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열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권 창업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권 창업자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의 50%도 함께 요구했다. 이씨는 앞서 권 창업자를 상대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제기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법원 결정에 따라 권 창업자는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스마트게이트홀딩스 주식 3분의 1을 처분할 수 없게 됐다. 권 창업자 측은 이혼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입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권 창업자는 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게임회사인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지주회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표와 이사장을 거쳐 2020년부터 스마일게이트 CVO를 맡고 있다. 그는 현재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2006년 출시한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시장 흥행으로 대형 게임사로 성장했다. 2018년에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를 출시했다. 회사가 승승장구하면서 권 창업자는 국내 자산가 순위에서도 매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부를 쌓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17일 발표한 올해 한국의 50대 자산가 순위에 따르면, 권 창업자는 총 51억 달러(6조7,200억 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해 국내 자산가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업계는 스마일게이트그룹 기업가치를 10조 원 안팎으로 평가한다.
법원이 권 창업자 부부의 이혼을 결정할 경우, 재산 분할 규모가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권 창업자 한 명이 스마일게이트그룹 전체 지분과 경영권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창업자가 소유한 지분 가치를 감안하면, 역대급 재산 분할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과거 재벌가 이혼소송의 재산 분할을 보면, 대체로 재벌가 쪽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법원이 특유재산(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거나 증여·상속받은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봐선 안 된다는 재벌가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줬기 때문이다.
최근 1심 선고 결과가 나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간 소송이 대표적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 보유 주식의 50%(648만 주)를 분할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지난해 12월 최 회장의 혼인 파탄 책임을 인정한 것과 별개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665억 원은 재벌가 이혼소송 가운데 재산 분할 역대 최고액으로 기록됐지만, 당초 노 관장이 요구한 1조3,500여억 원(선고 시점 기준)에는 턱없이 못 미친 금액이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역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하면서 그의 재산 절반(1조2,500여억 원)을 분할해달라고 했지만, 0.9%(141억 원)만 인정받았다.
다만 법조계에선 권 창업자 부부의 이혼소송이 기존 재벌가 소송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권 창업자는 2001년 이씨와 결혼한 이듬해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부부가 공동으로 만든 회사였으며, 실제 이씨는 창업 초기 대표이사와 이사직을 맡았고 지분도 30% 보유했다. 권 창업자가 본인 자산을 특유재산으로 주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이씨가 대표이사 및 지분 보유 전력이 있는 등 다른 재벌가 이혼소송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면서도 "회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씨가 경영 일선에서 떠난 뒤 회사가 급격히 성장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씨가 2005년쯤 보유 지분 전량을 중국 기업 텐센트에 매각(권 창업자가 2012년 전량 사들임)한 뒤 회사와 관련성이 있는지와 회사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씨 측 변호인단은 "변론준비기일에선 절차적 부분만 논의했다"며 "이씨가 20여 년간 자녀를 양육해온 점도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권 창업자에게 이혼 책임이 있는 이유에 대해선 "사생활"이라고만 말했다. 권 창업자 측 변호인단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도 "권 창업자가 철저히 개인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