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강릉 아이스아레나. 이날 색연필을 비롯한 학용품과 어린아이의 손 편지가 담긴 상자가 배달됐다. 한 아이가 강릉에 있는 누나와 형, 친구들과 부모님들에게 보낸 편지엔 "나 마징가Z 슈퍼OO가 다 해결할게요"라는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이 아이는 "그까짓 불 따위를 겁내거나 무서워하지 말고 힘내라"는 말도 덧붙였다. 주민들이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 달라는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 순수한 아이의 응원에 많은 주민들이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 아이의 부모 역시 "멀리서, 가까이서 온 국민이 응원합니다"라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했다. 이 가족은 임시대피소에 있을 아이들을 위해 학용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에서 강릉아이스아레나에 도착한 또 다른 상자에는 비타민과 진통제 등 상비약이 가득 담겼다.
지난 11일 강릉시 경포 일대를 휩쓴 산불 복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의 재기를 돕는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익명의 어린이까지 피해 주민들의 재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감동을 주고 있다.
17일 강릉시에 따르면 포남동과 강문동 등 음식점과 미용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주민들을 돕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는 주민들을 위해 샴푸와 린스, 먹을거리 등을 제공하고 싶다는 업주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텐트 149동이 설치돼 피해주민 300여 명이 머물고 있는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는 강릉시 연곡면 건강위원회 소속 주민 15명이 나와 간식을 지원했다. 국제 민간봉사단체인 더 프라미스는 피해조사와 주민들의 심리지원 활동을 펼쳤다. 강원적십자사는 산불이 발생하자 피해주민들의 식사와 세탁차량을 지원한 데 이어, 심리회복지원센터를 운영해 산불로 인해 상처받은 이재민의 마음을 위로했다.
프로축구 강원FC 최용수 감독은 지난 16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3,000만 원을 기부했다. 최 감독과 선수들은 시즌이 한창임에도 지난 11일 구호물품을 옮기는 등 봉사활동에 나섰다.
기업과 자치단체의 도움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난 11일 이후 현대자동차 그룹과 SK, LG,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두산, CJ, 태영건설, 호반건설 등이 성금과 통신, 구호물품 등을 지원했다. 농협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피해주민들을 위한 금융 및 주거지원을 약속했다.
경기도는 앞서 11일 재해구호기금 2억 원과 △자원봉사 △심리회복 △산림복구 지원에 나섰다. 경기도는 산불이 경포 일대를 휩쓸자 소방인력 124명, 차량 51대를 긴급지원하기도 했다.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14일 강릉시에 산불 피해 복구 성금 1,000만 원을 건넸다.
강원 양구군은 이날 지역경제 회복 차원에서 직무연찬회를 강릉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각종 교육과 벤치마킹 등 지역 외에서 실시하는 주요 행사도 강릉에서 여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관광이 최고의 자원봉사인 만큼, 강릉을 많이 찾아달라"는 강원도와 강릉시의 호소에 화답한 것이다. 서흥원 군수는 "양구군 역시 작년 대형 산불의 아픔을 겪어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며 "하루빨리 강릉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지역경제가 회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