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이 경고사격하자 되돌아갔다. 일단 꽃게잡이철을 맞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도발수위를 높여온 북한이 성동격서식으로 해상에서 우리의 대응태세를 떠보려는 의도를 배제할 수 없어 군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북한 경비정 1척이 전날 오전 11시쯤 서해 백령도 동북방 NLL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이에 해군 참수리급 고속정은 작전수행 절차에 따라 국제공용주파수를 이용한 경고통신을 10여 차례 실시했다. 하지만 응답이 없자 경고사격으로 40㎜ 기관포 10발을 쐈다.
경비정은 그제야 북으로 방향을 틀었다. 침범 10분 뒤 NLL을 다시 넘어 북한지역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NLL 이남 2㎞ 해역까지 진입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군은 이후에도 해상과 공중에 전력을 추가로 투입하며 만일에 대비했다.
이날 대응작전 도중 해군 고속정이 중국 어선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장병 3명이 다쳤다. 한 명은 쇄골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 장병들은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이송됐다. 함정에는 일부 물이 찼지만 기동에는 장애가 없다고 합참은 덧붙였다.
이번 NLL 침범은 시정거리가 90m로 짧은 상태에서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쫓다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경비정은 과거 고의로 NLL을 넘어올 때 직선으로 기동한 것과 달리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어선을 쫓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합참 관계자는 “(NLL 침범의) 의도성은 낮게 본다”고 말했다. NLL 침범 이전인 오전 10시쯤부터 인근 해상에는 중국 어선 여러 척이 불법 조업 중이었다.
다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어장과 어선보호를 명분으로 NLL을 다시 무력화하기 위해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과거 사례에 비춰 남북 대립·대결 상황에서 북한의 NLL 침범과 우리 군의 강력한 맞대응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의 무응답으로 동·서해 군 통신선이 끊긴 지 1주일이 넘은 만큼 우발상황이 군사충돌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