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주사제 투여로 암세포를 대량 사멸시켜 ‘기적의 항암제’라 불리는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적응증을 점점 넓히면서 다양한 암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킴리아는 세계 최초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로 지난해 4월 건강보험 급여를 받아 환자 부담금이 크게 줄어들었다. 킴리아 약값은 5억 원이었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금은 최대 598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국내 5개 병원(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킴리아를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2021년 4월 국내 최초로 불응성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CAR-T 치료를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100건을 넘어섰다. 이 밖에 고려대 안암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10여 개 병원도 도입 준비 중이다.
킴리아는 △25세 이하 젊은 환자에게서 이식 후 재발 또는 2차 재발 및 이후 재발 또는 불응성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두 가지 이상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소포성 림프종 성인 환자에게도 치료 적응증을 확대 승인했다.
소포성 림프종은 비호지킨 림프종의 22%를 차지하며, 특별한 증상이 없어 진단하기 어려워 환자의 75~85%가 3기 또는 4기에서 진단받는다.
환자의 20%는 치료 시작 후 2년 안에 진행 또는 재발하며, 치료를 거듭할수록 무진행 생존율(progression-free survivalㆍPFS) 중앙값이 낮아진다.
이번 허가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소포성 림프종 성인 환자를 대상(n=97)으로 한 2상 임상 연구인 ‘ELARA’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ㆍCR) 69.1%(65명, 95% CI: 58.8, 78.3)을 포함해 전체 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ㆍORR)은 86.2%(81명, 95% CI: 77.5, 92.4)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환자는 투여 후 6개월 이내 완전 관해로 전환됐으며, 완전 관해를 달성한 환자가 9개월 이상 반응을 유지할 확률은 87%(95% CI:74.7, 93.1)였다.
12개월 째 무진행 생존율(PFS)을 유지할 확률은 67%(95% CI:56.0, 75.8), 12개월 차에 전체 생존률(overall survival rateㆍOS)은 95%(95% CI: 88.0, 98.2)였다.
킴리아는 또한 선행 조혈모세포 이식을 했거나(66% CRR), POD24(치료 시작 후 24개월 내 질환 악화, 59% CRR), 이중 불응성 환자(66% CRR), 국제 소포성 림프종 예후 지수(FLIPI) 점수가 높은 환자(63% CRR)를 포함한 고위험 예후 하위 그룹에서도 균일하고 일관된 완전 관해율을 확인했다.
전영우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소포성 림프종은 온순형 림프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자 스스로 질병을 인지하고 진단받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초기 치료에 임하게 된다”고 했다.
전 교수는 “질병 특성상 1차 치료 후 재발률도 높기에 치료가 제한적인데 반해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에 불응한 환자는 치료 옵션이 더 적고, 한 번 재발하면 계속 재발이 이어질 수 있어 질병 예후 뿐만 아니라 환자 삶의 질도 열악해진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적응증 확대로 소포성 림프종 같은 온순형 유형에서 높은 반응률과 장기적인 치료 효과가 이미 입증돼 ‘완치’ 단계의 치료 종결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치료 옵션을 국내 환자도 치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킴리아는 △환자의 개인 면역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를 인지하는 수용체를 삽입 △해당 환자에게 다시 주입해 환자 자신의 세포가 숨겨진 암세포를 찾고 암세포의 표면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지하는 ‘개인 맞춤형 원샷 치료제’다.
그런데 CAR-T 세포를 외국에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킴리아를 제조하려면 개별 환자에게서 채취한 T세포를 미국 노바티스 본사에 보내 치료에 사용될 CAR-T 세포를 만들어야 한다.
제작된 CAR-T 세포가 다시 한국으로 오기까지 4주 정도 걸린다. 지난해 4월 서울대병원이 임상시험을 통해 국내 병원 중 최초로 자체 제작한 CAR-T세포를 사용해 18세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하고 치료에 성공했지만 아직 상용화를 위한 허가를 받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