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14일 미국 정부의 도·감청 논란에 대해 "(실상) 파악이 끝나면 우리 측은 미국에 정확한 설명과 필요할 경우 합당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이틀 전 "미국이 한국을 타깃으로 삼아 정보를 수집하지 않아 의도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외교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는데, 미묘하게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미국 당국이 20대 군인을 해당 문건의 첫 유포 용의자로 체포하자 대응 방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미국은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직도 유출된 문건 중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정부의 평가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 핵심 관계자는 "한국 관련 정보가 얼마나 있는지, 그 안에서도 공개된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지금 공개된 한국 관련 내용 중에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정확성을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미국의 문건 유출자가 색출된 것과 내용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미국의 도·감청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유출된 정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것이고 언론이나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한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며 "그 부분도 조사 결과가 나오면 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방향이 왜곡돼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튀르키예, 여러 나라들이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지만 정치권에서 이렇게 정쟁으로, 또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다룬다거나 하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늘 국익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만약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문제라면 언론은 자국의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