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불어닥친 ‘수출 부진 충격’이 계속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소비 불씨가 살아나고 있지만 반도체 중심의 수출 둔화가 경기 회복세를 끌어내리고 있어서다. 정부도 석 달 연속 ‘경기 둔화’ 표현을 쓰며 우울한 경기 진단을 이어갔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를 통해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해 6월 경기 둔화 우려를 거론한 뒤 9개월 만인 올해 2월 경기 둔화를 다시 언급한 후 세 달 연속 같은 평가를 내린 것이다.
이승한 경제분석과장은 “현재 부진은 제조업, 그중에서도 정보기술(IT), 반도체라는 특정 부문에 집중돼 있다”며 “반도체가 수출과 전반적 경기 회복에 가장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제품 부진으로 1년 전보다 13.6% 빠진 551억2,000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같은 기간 39.8% 급감했다.
다만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내수는 대면활동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하는 상황”이라며 내수 회복 기대를 높였다. 실제 2월 소매판매는 내구재(4.6%)와 준내구재(3.5%), 비내구재(6.4%) 판매가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 대비 5.3% 늘었다. 3월 백화점 매출 증가율(7.2%·전년 동월 대비)은 2월(5.2%)보다 확대됐고,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은 같은 기간 8.1%에서 9.0%로 커졌다. 지난달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4.2%로 전달(4.8%)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4~5월에는 물가상승률이 3%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한국 경제 상방 요인으로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를 꼽았다. 이어 “통화 긴축에 따른 취약 부분의 금융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하방 위험도 교차해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