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D-12..."윤 대통령, 美에 반도체법 4대 독소조항 완화 요구해야"

입력
2023.04.14 13:00
한경연, '미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요건 보고서' 발표
"상호주의 입각한 형평성 맞는 보조금 요건 마련해야"


2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반도체법 독소조항을 완화하도록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요건의 문제점 및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미 반도체법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이런 의견을 냈다.

앞서 미 정부가 지난해 8월 자국 내 반도체 투자 기업에 최대 25% 투자세액공제 제공 등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법을 발효한 데 이어 최근 이를 구체화하며 반도체 투자 기업에 대해 경제·국가안보 기여도, 사업성, 재무건전성, 기술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조금을 주겠다는 신청 요건을 내놨다.

한경연은 요건에 따라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요건의 4대 독소조항으로 ①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②초과이익 공유 ③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④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을 꼽았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미 투자 규모 축소 및 건설 속도 조절 검토해야"


우선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측에서 요구한 국방부 등 미 국가안보 기관의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조항은 기술 및 영업비밀의 유출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한경연은 판단했다.

또 보조금 액수가 1억5,000만 달러 이상 되는 투자 기업에 대해서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초과이익 공유 조건은 "투자에 대한 경제성이 하락해 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미측의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요구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주요 생산 제품과 생산량, 상위 10대 고객, 생산 장비, 원료 등의 자료까지 보내야 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한경연 측은 이러한 보조금 신청 요건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방해하는 요소라며 "상호주의에 입각한 형평성에 맞는 반도체법 보조금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현안으로 반도체법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실무 협의를 통해 보조금 요건에 '합의된 수치', '프로젝트마다 다를 수 있다' 등 합리적 하부 규정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연은 특히 미측의 보조금 신청 요건 조절에 맞춰 현지 반도체 시설 투자 규모 조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지원금을 기대하는 것은 해당 반도체 회사 주주들조차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보조금 혜택보다 지불하게 될 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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