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이 목줄 끊어준 덕분에" 강릉 산불 현장서 살아남은 반려동물들

입력
2023.04.14 13:50
동물자유연대, 강릉 산불 현장 점검 
대형 산불시 묶인 반려동물들 큰 피해 
소방대원들 도망칠 수 있도록 목줄 풀어줘
소방청 "현장 대원들이 잘 대처한 것"

소방대원들이 숨 가쁜 진화 상황 속에서도 목줄을 끊어준 덕분에 강릉 산불 현장에서 많은 동물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자유연대는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강릉 산불 현장을 찾아 살펴본 결과, 대형 산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거 대형 산불현장에선 반려동물들이 목줄에 묶인 채 숨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강릉 산불 현장에선 잿더미 속의 집 앞에 앉아 있는 고양이와 인식표를 한 채 돌아다니는 개들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도망치지 못해 검게 그을려 숨져 있는 등의 참혹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는 "어떤 개는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고, 어떤 개는 활동가가 챙겨주는 사료와 물을 먹으며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다행히 큰 상처는 없어 보였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동물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목줄을 끊어준 소방대원들 덕분"이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 관계자는 "산불 관련 반려동물 대피 요령 등은 따로 없다"면서 "현장 대원들이 잘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가 파악한 동물 피해는 탈출하다가 차에 치여 죽은 반려견 1마리, 줄에 묶인 채 숨진 반려견 2마리다. 사육장에 갇혀 있던 닭, 오골계, 염소 등 축산동물 170여 마리는 사체로 발견됐다.

산불로 목숨을 잃은 80대 주민이 기르던 진돗개 1마리는 다리를 다친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이 진돗개는 강릉시 동물보호소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보호소는 현재까지 반려견 9마리, 반려묘 1마리 등 10마리를 보호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주인이 찾아와 데려갔다. 강릉 이재민대피소는 구역을 나눠, 반려동물도 함께 입소해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은 "보통 이재민 대피소엔 반려동물을 데리고 들어올 수 없지만, 이번에는 데리고 있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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