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민주당 돈 봉투' 수수자 70여명 의심… 현금 9400만 원 입증 관건

입력
2023.04.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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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석·이성만 돈봉투 살포 '공여자' 분류
수수자 의원 10명·지역위원장 등 60여명
'한나라당 돈 봉투' 땐 고승덕 수수 폭로 
수수자들도 압색 대상 포함…조사 예정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한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공여자로 지목된 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살포 액수와 전달 경로를 맞춰가고 있다. 검찰은 현금을 받은 현역 의원이 10명 이상, 지역본부장 등 당 관계자는 약 6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사 대상이 된 의원들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향후 수수자들의 협조 여부가 수사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전날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박모씨, 인천시 전 부시장 조모씨 등 9명을 자금 조성·전달·배포에 관여한 공여자로 보고 이들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송 전 대표 경선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왔던 사람들로 적시됐다. 검찰은 현역 의원 포함 10여명, 장소 2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대거 발부됐다는 점에서 수사 필요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불법 자금 규모는 9,400만 원 수준이다. 영장엔 윤 의원이 2021년 4월 24일 당대표 경선 투표 일정이 임박하자, 송 전 대표에 대한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강 위원에게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나타났다. 강 위원이 지인을 통해 마련한 현금 6,000만 원은 2차례에 나눠 300만 원씩 봉투 10개에 담긴 채 박씨와 이 전 부총장 등을 통해 윤 의원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윤 의원은 이렇게 마련된 자금을 4월 28일 같은 당 소속 의원 10명 이상에게 나눠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강 위원이 2021년 3월 초 이 전 부총장 등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지역본부 담당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해 전국 대의원 및 권리당원 등을 포섭하는데 사용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권한 정황도 나왔다. 조씨는 이에 현금 1,000만 원을 마련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고, 이 전 부총장 등은 50만 원씩 봉투 20개에 나눠담아 다시 강 위원에게 건넸다. 강 위원은 3월 30일 이 자금을 이용해 지역본부장 10여명에게 총 900만 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4월 11일엔 500만 원을 50만 원씩 봉투 10개에 담아 지역본부장 7명에게 건넸다고 본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지역상황실장과 캠프상황실장에게도 금품이 제공됐다고 적시됐다. 검찰은 강 위원이 2021년 4월 말 건넨 현금 1,000만 원은 이 전 부총장을 통해 50만 원씩 봉투 20개에 나눠담겨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교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방식으로 현금 1,000만 원이 추가로 경선 캠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뿌려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성만 의원 또한 금품 살포 과정에서 공여자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한다.

검찰은 앞서 구속기소된 이 전 부총장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선 강 위원이 전당대회 전에 이 전 부총장에게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한 내용이 담긴 통화녹음도 발견했다. 검찰은 강 위원이 2021년 4월 24일 "관석이 형이 '의원들을 좀 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더라" 말한 뒤, 이 전 부총장이 "윤관석 (의원) 오늘 만나서 그거 줬고, 그 이렇게 봉투 10개로 만들었더만"이라고 답한 정황도 확보했다. 이튿날 윤 의원이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안 나와가지고. 오늘 빨리. 그래야지 회관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하거든"이라고 직접 말한 부분도 담겼다.

검찰은 자금을 마련해 배부하고 전달하는 과정에 가담한 공여자들이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전달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이 살포됐을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범위도 넓혔다.

두 의원은 이에 대해 "사건 관련자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해 이뤄진 야당탄압 기획수사"라고 주장했지만,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부총장의 녹음파일 외에도 객관적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혐의를 구체화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선 추적이 어려운 현금으로 살포됐다면 입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수수자들에게 구체적 진술을 받을 수 있느냐도 향후 수사의 관건이다. 이들에게 돈봉투를 받은 수수자로 특정된 민주당 관계자 일부도 참고인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이 유사한 구조로 보고 있는 2008년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 당시에는 돈봉투를 받았다 돌려줬다는 고승덕 의원이 "전당대회 2,3일 전 의원실로 현금 300만 원이 든 돈봉투가 전달됐고,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결국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은 수수자들로 지목된 민주당 관계자들을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대로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송 전 대표로 수사가 뻗어나갈지도 관심사다. 송 전 대표 보좌관이던 박씨도 피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박씨에게 2021년 4월 27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윤 (의원). 전달했음' '윤 (의원). 잘 전달'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경위도 살펴보고 있다. 당시 송 전 대표가 자금 살포를 인지 또는 지시했는지 여부에 따라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

이유지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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