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다녀오지 않은 내국인 1명이 또 엠폭스(MPOX·원숭이두창)에 걸렸다. 이달 들어 네 번째 국내 감염이다. 엠폭스의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커진 가운데 최장 21일인 잠복기가 유행의 변수로 주목되고 있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경기도에 거주하는 내국인이 유전자 검사에서 엠폭스 양성 판정을 받아 9번 환자가 됐다. 이 환자는 피부병변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았고, 엠폭스 감염을 의심한 의료진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 검사가 이뤄졌다.
9번 환자는 증상이 생기기 전 3주 동안 해외여행을 하지 않았다. 7일 6번 환자, 10일과 11일 확진된 7· 8번 환자와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감염이다. 방역당국은 감염원과 접촉자를 확인하기 위한 상세 역학조사에 돌입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피부접촉이나 성접촉 등이 있어야 전파되고 전 세계 치명률이 0.13%인 점을 고려할 때 엠폭스 자체의 위험도는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코로나19 발생 규모와는 비교가 안 되고 중증도도 1% 미만이기 때문이다. 다만 감염이 됐어도 잠복기가 길어 증상을 자각하지 못한 채 일상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은 코로나19보다 엠폭스가 높다.
엠폭스 잠복기는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21일(평균 잠복기 6~13일)이다. 방역당국이 최근 3주간 해외 출국 이력을 따지는 이유다. 반면 코로나19는 잠복기가 1~14일이고 평균 5~7일이라 엠폭스보다 짧다. 여기에 엠폭스는 수포와 농(고름)포 같은 증상이 눈에 띄지 않는 부위에 생기기도 하고 딱히 치료를 하지 않아도 2~4주 지나면 대부분 자연 치유가 된다. '숨은 감염자'가 존재할 여지는 더욱 많은 셈이다.
이때문에 방역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증상 자각과 조기 신고 및 진단을 강조한다. 엠폭스는 '노출 후 예방'이 가능한 특성도 있어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있는 사람과 밀접접촉을 피하는 게 우선이지만 설사 접촉을 했어도 4일 이내에 백신을 투여하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며 "4일이 지나더라도 10일 이내에만 백신을 맞으면 발병해도 경미하게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잇따르자 전날 위기평가회의를 열어 엠폭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엠폭스 대책반도 질병청장이 본부장인 중앙방역대책본부로 확대해 대응에 나섰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미확인 감염자를 통한 지역사회 전파를 억제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엠폭스 확산 예방을 위해서는 국민과 의료계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