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손절' 홍준표 국민의힘 상임고문 해촉... "엉뚱한 데 화풀이"

입력
2023.04.13 11:26
김기현 대표 "상임고문 해촉은 정상화 과정"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최근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관계 단절을 요구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해 온 데 대한 견제성 조치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논의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김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게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대위에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홍 시장은 최근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을 한 김재원 최고위원과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당 지도부를 연일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를 향해 "(전 목사의) 눈치만 보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김 대표는 회의에서 "최근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그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라고 사실상 홍 시장을 저격했다.

홍 시장 "엉뚱한 데 화풀이" 반발

홍 시장은 이날 상임고문 해촉 소식을 접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반발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되어 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겠나"라며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하시는 게 어떻나. 문제 당사자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한다?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고 비꼬았다.

이어 "입당 30여 년 만에 상임고문 면직은 처음 들어 본다"며 "어이없는 당이 되어 가고 있다"
고 지적했다.

김민순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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