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멍든 채 숨진 초등생 계모 "살해 의도 없어" 첫 재판서 혐의 부인

입력
2023.04.13 12:00
"사망 예견 못해"... 아동학대 혐의만 인정
친부,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 일부 부인
검찰 "학대 사실 발각 우려 아무 조치 안해"

초등학생 의붓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계모가 첫 재판에서 핵심 공소사실인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43)씨는 13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류호중)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살해하려는 마음이 없었고 (사망을)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나머지 혐의는 인정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이 있었더라면 증거자료로도 제출된 (집안에 설치한) 홈캠을 미리 치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아동이) 사춘기에 접어들고 임신과 유산, 다시 임신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키워보려고 했다"며 "피고인은 (범행 당시) 공황 증세가 있었고 가슴 양쪽에 혹도 생긴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의 남편 B(40)씨도 상습아동학대 혐의는 인정했으나,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는 일부 부인했다. B씨 변호인은 "상습아동학대와 교육적 방임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A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때때로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B씨는 눈을 감은 채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국민참여재판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9일부터 올해 2월 7일까지 11개월간 인천 남동구 논현동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12)군을 50차례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친부인 B씨도 2021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들을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유산을 하자 그 책임을 C군에게 돌리면서 본격적 학대를 시작했다. 올해 1월 말 C군이 입에 화상을 입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학대 강도를 높였다. 2월 4일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C군을 알루미늄 선반받침용 봉으로 때렸고 다음날 16시간 동안 책상 의자에 수건과 커튼끈으로 묶어놓았다. 같은 날 방에서 동생들 세뱃돈 등이 나왔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다시 2시간 동안 책상 의자에 묶어뒀다.

C군은 학대로 인해 몸 곳곳에서 내부 출혈이 발생했지만 A씨는 지켜만 봤다. 그는 2월 7일 오후 1시쯤 자신의 팔을 붙잡고 사과하는 C군을 양손으로 밀쳐 넘어뜨렸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C군은 결국 숨졌다. 사인은 내부 출혈로 인한 쇼크였다. 성장기인 C군의 몸무게는 장기간 학대와 방임으로 2021년 12월 38㎏에서 사망 전 29.5㎏(키 148㎝)으로 8.5kg 감소했다. 또래 평균(45㎏)에 비해 15㎏ 이상 가벼웠다. A씨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홈스쿨링을 이유로 C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를 심하게 때릴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학대했다고 봤다. 검찰은 "A씨는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위험한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으나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친부 B씨도 피해자를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지속적 학대 행위에 노출돼 있는 것을 알면서도 방임했다"고 밝혔다.

C군의 친모(34)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이날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와 B씨를 아동학대살해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C군의 친모는 "아이를 처참하게 죽음에 이르게 만든 두 사람은 거짓말과 '모른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 엄벌해달라고"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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