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안 마시는데 간 기능 수치가 올라간다면…

입력
2023.04.12 21:40

우리 몸은 바이러스 등 외부 물질이 침입했을 때 항체를 만들어 몸을 보호한다. 그런데 우리 몸 세포나 장기를 외부 물질로 여겨 잘못 공격하는 자가면역이 발생하면 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이 자가면역질환이다.

물론 평소에도 자가면역은 어느 정도 발생하지만 체내에서 적절히 조절ㆍ억제돼 쉽게 질환으로 악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요인으로 자가면역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 가운데 간 질환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몸의 정상적인 간세포가 공격을 당해 발생한다. 자가면역 간 질환인데, 이 중에서도 자가면역성 간염은 최근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도 아니고, 음주도 하지 않는데 건강검진에서 AST, ALT, γ-GT, ALP, 빌리루빈 등 간 수치가 꾸준히 상승한다면 자가면역성 간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숨어 있는 간 질환으로 불리는 ‘자가면역성 간염’이 방치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자가면역성 간염의 발생 원인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유전적으로 취약한 인자를 가진 상황에서 약물ㆍ감염 등 요인과 복합적으로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우리 몸의 정상적인 간세포를 공격하며 발생한다.

또 면역 활성화를 억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성화로 인한 염증 반응이 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염증 반응이 반복되면 다른 간염처럼 섬유화가 진행되고 간경변으로 악화하는데 이는 간경변이 있는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의 간암 발생을 더 높이게 된다.

자가면역성 간염 증상은 보통 다른 간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피로감이 가장 흔하고, 미열이나 발진이 드물게 나타난다.

이 밖에 식욕부진, 체중 감소, 근육통, 황달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10~30%에게서는 무증상인 상태에서 자가면역성 간염이 진행된다.

자가면역 간 질환은 희소 질환으로 이 중 자가면역성 간염의 경우 10만 명당 1.3명 발생할 정도로 매우 드물지만 유병률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가면역성 간염은 기본적인 검사로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혈액검사 외에도 자가항체 검사, 조직 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해야 한다.

자가면역성 간염 치료 핵심은 간의 염증 반응을 조절해 관해(寬解)를 유지하는 것이다.

치료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가 기본이며, 간의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완화해 간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다.

치료 기간은 간 질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대부분의 환자에서 관해 유도 후 장기간 또는 영구적인 유지 요법이 필요하다.

이순규 교수는 “약물 치료로 효과가 없고 다른 간염처럼 간경변ㆍ 간부전 등으로 진행한다면 결국 간이식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며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들은 철저한 개인 위생과 간 독성이 있는 약 복용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