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12일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 면전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근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 부적절한 언행이 여권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지적하고 지도부에 엄정 대응을 주문했다. 1년 남은 총선에 대한 당내 위기감이 팽배해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참석자 다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이 처한 위태로운 현실을 지적했다. 5선 서병수 의원은 "김 대표가 출발하는 이 시점에 국정 지지율이나 당 지지율이 그렇게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고, 5선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전당대회 이후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다. 최근 (참패한) 재·보궐선거가 주는 시그널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도부의 잇따른 설화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정 부의장은 "집권여당의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 이런 것에 대해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5선 정진석 의원도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고, 읍참마속해야 할 일이 생기면 주저하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 징계나 자진사퇴 등 김 최고위원에 대한 단호한 대응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광훈 리스크'와 관련한 당 차원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총선 승패를 가를 변수인 중도·청년층 지지를 얻기 위해선 극우 성향의 전 목사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4선 홍문표 의원은 "전 목사가 20만~30만 명을 우리 당에 심어놨고, 그 힘으로 우리 당이 버티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이 되는데 당론으로 결정해서 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했다.
중진들의 의견을 경청한 김 대표는 '기강 잡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각 시·도당위원장들이 여러 주자가 뛰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에 어긋나지 않도록 지도해 달라"고 강조했다. 지도부발 잇단 설화를 염두에 둔 듯, 내년 총선 준비 과정에서 민심 이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시·도당의 전략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보수정당 역사상 최대 승리를 기록한 2008년 18대 총선 결과를 토대로 서울에서 40개 이상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잠정 목표치도 제시됐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서울 48개 지역구 중 40곳의 승리를 바탕으로 총 153석을 얻었다. 한 참석자는 "야당의 완패를 전제한 것으로 현실화는 어렵겠지만, 그만큼 당 전체가 각성해야 여소야대 구도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신임 당 중앙윤리위원장과 당무감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와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를 각각 내정했다. 윤리위와 당무감사위에 새 수장이 임명되면서 내부 리스크 단속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징계가 조만간 윤리위 첫 안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