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SVB 사태, 미국 성장률 0.2~0.5%포인트 낮출 것”

입력
2023.04.12 18:30
"금융불안 실물경제로 확산하거나
인플레이션 압력 다시 높아지면
한국 성장률도 끌어내릴 수 있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금융 불안이 올해 미국 성장률을 0.2~0.5%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현실화할 경우 국내 성장률과 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2일 한은은 '금리인상 이후의 미국 경제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최근 금융 불안이 미국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3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지난달 중순 SVB, 시그니처은행 등 미국 중소형 은행의 파산은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합병 등 유럽의 은행 불안으로 급격히 퍼졌다. 각국의 발 빠른 대응으로 큰불은 잡힌 상태다. 하지만 한은은 "금융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으나,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고 은행 대출의 문턱이 높아져 당분간 높은 긴장감이 유지될 것"이라며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이어지나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전반적인 신용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①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부 '문제 은행'의 신용 불안 때문에 미국 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②그보다 나쁜 시나리오(시나리오1)중·소형 은행의 금융 불안이 여타 부문으로 확산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탓에 실물 경제까지 여파가 미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소비와 투자가 모두 위축돼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 불안이 해소되더라도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해 연준의 긴축 기조가 강화될 수도 있다(③시나리오2). 한은은 "미국은 가계·기업대출 모두 고정금리 비율이 높은 데다 가계의 초과저축, 높은 노동수요 때문에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긴축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미국·중국의 경제가 회복되고 중국의 원유 수요 및 산유국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한다면, 연준은 강도 높은 긴축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이 경우 미국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시나리오 1, 2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도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우리 기업의 외화 조달 여건이 악화해 투자가 줄고, 글로벌 수요 둔화로 수출 회복도 더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2가 실현된다면 가까스로 4% 초반에 진입한 물가가 재차 상승할 수도 있다. "우리 성장 및 물가, 외환·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잘 점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가 당부한 이유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