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서울과 지방의 청약시장이 양극화 양상이다. 투자 수요까지 몰리면서 서울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3월부터 이날까지 서울에서 청약을 받은 단지 4곳 중 3곳은 모든 평형이 1순위 마감됐다.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329가구 모집에 1만7,01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51.7대 1을 기록했다. 당첨자 최고가점(84점 만점)은 77점으로 올해 최고점을 찍었다.
정부가 1·3대책으로 부동산 규제를 푼 후 처음 서울에 나온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평균 경쟁률이 198.7대 1에 달했다. 59㎡A 평형은 253.2대 1까지 치솟았다.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는 평균 경쟁률 11.3대 1이었다. 1순위 마감을 못 한 '등촌 지와인'도 81가구 모집에 총 493명이 몰리며 모집 가구수를 모두 채웠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속출했다. 경남 '거제 한내 시온 숲속의 아침뷰(46가구)'와 전북 '군산 한성필하우스(149가구)'는 청약 인원이 단 1명에 그쳤다. 유명 브랜드 대단지인 경기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1,548가구)'은 모든 평형에서 미달이 났다. 부산에 1,878가구가 공급된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는 7개 평형 중 5개가 미달돼 평균 경쟁률이 0.6대 1에 불과했다.
청약시장 양극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리얼투데이가 집계한 올 1분기 서울의 청약 경쟁률은 56대 1이다. 규제 완화 전인 작년 4분기(5.9대 1)에 약 10배 뛰었다. 이에 비해 지방은 올해 △경기 1.6대 1 △광주 6.8대 1 △부산 3.3대 1 등으로 경남(27대 1)을 제외하고 대부분 저조했다. 대다수 지역이 1대 1을 밑돌던 전 분기에 비해 나아졌지만, 서울의 체감 효과와는 차이가 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은 규제가 풀리면서 시장이 살아나 원래 계획한 대로 분양을 하겠지만, 지방은 작년부터 최대한 분양을 미루거나 시행 사업을 잠시 덮어두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중도금 대출·전매 제한 완화, 무순위청약 시 실거주 의무 폐지 등 규제 완화로 서울에 실거주자가 아닌 투자 수요까지 몰리게 됐다"면서 "지방 수요가 서울로 옮겨 가면서 지방 미분양은 심화하고, 가격 경쟁력 있는 서울 단지는 경쟁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