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무용을 개척한 최승희의 예술적 후계자이자 한국 신무용의 산증인으로 불렸던 김백봉 무용가가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인은 '부채춤', '화관무' 등 한국 신무용의 대표적 레퍼토리를 정립한 무용가다. 고전 무용의 현대화를 이끈 전설의 무용가 최승희의 제자이자 동서로, 최승희의 월북 후 무용계의 공백을 채운 한국 무용사의 일부다.
1927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1년 일본 도쿄의 최승희무용연구소 문하생으로 들어가 1942년 도쿄에서 무용수로 데뷔했다. 1946년에는 최승희 무용단 부소장 겸 상임안무가로 활동하면서 창작을 시작했다. 6·25전쟁이 일어난 뒤 1950년 12월 남편 안제승(1922~1998)과 월남할 때까지 제자이자 동서로 최승희와 가장 오랜 기간 인연을 맺었다.
1953년에는 남편과 함께 서울에 김백봉 무용연구소를 설립하고 창작 춤을 발표해 왔다. 고인은 대작인 1975년 작 '심청'과 1997년 작 '만다라'를 비롯해 600여 편의 창작춤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1954년 첫선을 보인 뒤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군무로 선보인 '부채춤'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때 2,000여 명이 펼친 '화관무'는 김백봉의 춤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대표작이다. '김백봉 부채춤'은 한국무용협회가 1992년 '춤의 해'를 맞아 명작무로 지정했고, 2014년에는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됐다.
고인은 1965년부터 1992년 정년퇴임을 할 때까지 경희대 무용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종합예술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서울시무용단 단장 등을 지냈다. 1982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다. 1995년에는 김백봉춤 보전회가 결성됐다. 서울시 문화상, 캄보디아 문화훈장, 대한민국예술원상, 보관문화훈장, 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안병철(경희청한의원 원장), 딸 안병주(경희대 무용학부장)·안나경(김백봉춤연구회 이사장), 사위 장석의, 손녀 안귀호(춤이음 부대표)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은 1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