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상장 후 시세조종"... '강남 납치·살해' 발단 된 김치코인 병폐

입력
2023.04.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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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코인원 상장비리 수사... 4명 구속
코인거래소 직원과 시세조종 세력 결탁 
"P코인도 두 차례 시세조종, 피해 커져"

국내 가상화폐(코인)시장의 고질적 병폐가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브로커에게 ‘뒷돈’을 주고 부실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킨 뒤 시세조종으로 고점에서 팔아 치워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방식이다. 검찰은 최근 ‘강남 납치ㆍ살해’ 사건의 범행 동기로 지목된 ‘P코인(퓨리에버)’도 같은 수법이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이승형)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은 11일 코인거래소 상장 비리 및 코인시장 조작 중간수사 결과, 국내 3대 코인거래소 코인원 임직원 2명과 상장 브로커 2명을 구속하고 이 중 2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코인원 상장 담당 이사 전모씨는 2020년부터 2년 8개월간 브로커 2명에게서 20억 원가량을, 상장팀장 김모씨는 2년 5개월간 10억4,000만 원을 상장 대가로 챙긴 혐의(배임수재ㆍ증재)를 받는다. 시세조종이 예정된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해 거래소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도 적용됐다. 검찰은 이들이 상장에 관여한 코인이 29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씨는 코인으로 받은 뒷돈을 차명계정으로 현금화해 빌라 구매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큰 틀에서 검찰이 내린 결론은 이른바 ‘김치코인(국내 또는 내국인 주축 발행)’의 구조적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김치코인은 국내에 유통되는 가상자산 총액의 62%를 차지한다.

특히 ‘뒷돈 상장 후 시세조종’ 수법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코인 다단계업자들은 투자금을 불법 모집해 브로커에게 뒷돈을 주고 일단 코인을 상장시킨다. 이후 ‘자전거래(내부 계좌로 거래 규모 등을 부풀리는 행위)’를 통해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다음, 고점에서 매도해 수익금을 빼돌리는 수법을 쓰고 있다. 다단계업자와 발행업자, 상장 브로커, 마켓메이킹(MMㆍ자전거래로 목표 가격까지 조작하는 것)업자 등 다수가 공모한 총체적 사기 범죄로 볼 수 있다.

대표 사례가 강남 납치ㆍ살해 사건이다. 수사팀은 범행을 촉발한 P코인 역시 발행재단이 영세하고 부채비율이 매우 높아 재정 상황이 열악했지만 거래소에 상장된 뒤 두 차례의 ‘MM작업’을 거쳐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검찰도 수차례 문제가 제기된 법ㆍ제도적 제재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아 시세조종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증권ㆍ주식과 달리, 코인은 아직 증권성이 허용되지 않아 처벌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별도의 처벌 규정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檢, '루나·테라' 신현성 불구속 기소 검토

한편 ‘테라ㆍ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남부지검은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된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몬테네그로에 구금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송환 추진과 함께 그의 스위스 가상화폐 예금계좌 동결을 위한 사법공조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