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메콩 델타(삼각주) 가뭄과 염수 피해는 단순히 농민들의 ‘배곯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베트남 내에서도 메콩 델타 지역 기후변화 전문가로 손꼽히는 레안투안(63) 껀터대 교수는 “‘아시아 곡창지대’에서 쌀 생산이 줄면, 결국 세계 쌀값도 출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안 교수를 지난달 20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쌀 생산 면적·생산량 감소 영향은.
“몇 년 전만 해도 메콩 델타 전체 면적 400만 헥타르 중 쌀 재배 면적은 200만 헥타르가 넘었고, 연간 쌀 생산량도 2,500만 톤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각각 150만 헥타르, 2,000만 톤에 그친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생산량은 더 감소할 수밖에 없다. 당장 국내 소비량에 타격을 주진 않겠지만 수출량은 예전만 못할 것이다. 인구 증가로 세계 쌀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식량난은 커지고 국제 쌀 가격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쌀값이 오르면 농민 삶은 나아지지 않나.
“물론 당장의 경제적 이득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비 증가’는 농민들이 더 오래 감당해야 할 문제다. 담수를 끌어오는 데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또 상류에서 내려오는 영양분 많은 퇴적물 양도 예전과 같지 않은 탓에 비료와 농약을 더 구입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사회적 영향은.
“농촌 공동화(空洞化)가 가장 큰 문제다. 메콩 델타 지역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오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호찌민 등 인근 대도시나 산업 단지로 떠나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농촌 노동력이 급감하는 셈이다. 이들이 자녀를 고향집에 맡기고 가면서 어린이가 부모와 떨어져 조부모의 손에 자라는 것도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담수 부족 현상은 농업용수에만 해당되나.
“아니다. 도시 인구 100%가 일상에서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다면, 메콩 델타 농촌 지역에선 이 비율이 80%에 그친다. 20%는 식수도 부족하고, 빗물이나 강물 같은 자연수를 일상생활에 써야 하는 실정이다. 담수를 찾기 위해 지하수를 과도하게 퍼내는 과정에서 지반 침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도 해결 과제다.”
-메콩 델타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삼각주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시민들이 감당할 도전은 점점 거세질 것이다. 지금은 메콩 델타라는 일부 지역 문제지만, 빨리 나서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기후변화는 베트남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 등 많은 국가가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