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태원 분향소 강제철거 수순 밟나... 변상금 2900만원 부과

입력
2023.04.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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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화 중단과 함께 변상금 통지 
유족 "부당한 처사... 분향소 지켜낼 것"
시 "변상금, 공유재산법 근거 적법 절차"

서울시가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유족 측에 변상금 2,900만 원을 부과했다. 대화 중단을 선언한 만큼 유족과 시민단체들이 분향소를 계속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강제철거)에 들어가겠다는 경고 성격으로 보인다. 유족 측은 “부당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는 11일 “전날 시민대책회의 앞으로 2월 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72㎡)에 변상금 2,899만2,760원을 부과하는 통지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대화 중단과 함께 행정대집행을 위한 실질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유족 측과 16차례 대화했지만 진척이 없었다. 이미 행정대집행 계고를 해 데드라인은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0ㆍ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단체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조차 잊은 일방적 행정”이라고 서울시를 규탄했다. 이어 “행정대집행 강행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며 “서울시의 부당한 행정에 굴하지 않고 분향소를 지켜내겠다”고 사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유족 측은 분향소 운영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15조에 따른 ‘관혼상제’에 해당돼 허가ㆍ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국이 통제가 필요 없는 만큼 강제철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서울시는 유족 측 주장을 일축한다. 변상금이나 현상금을 부과하는 관련 법규는 공유재산법에 근거하는데, 해당 법령에는 관혼상제가 예외 사항으로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회 신고 역시 공유재산법과 관련 없어 변상금 부과는 적법한 절차”라며 “부과 대상도 유족이 아닌 시민단체들이라 끝까지 거부하면 재산압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