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 수익금을 ‘골드바(금괴)’로 바꿔 돈세탁하는 신종 수법이 등장했다. 최근 검경이 대대적인 수사망을 가동하면서 돈줄을 조여오자 범죄 조직이 자금 추적을 피하려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는 양상이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금융사기를 일삼은 국내 환전 총책 A씨 등 3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고, 나머지 조직원 9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무작위로 저금리 대환대출 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연락이 온 수신자의 휴대폰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렇게 빼낸 각종 개인정보를 토대로 통화 내용 등을 도청한 뒤 은행을 사칭해 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해 돈을 가로챘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액만 약 4억 원이다.
여기까지는 이미 알려진 사기 수법이다. A씨 일당은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방식이 교묘했다. ①골드바 매입 ②골드바 수거 후 현금 환전 ③환전 현금 수거 및 전달 ④해외 송금 등 총 4단계를 거쳐 거액을 해외 총책에게 전달했다. 통상 보이스피싱 수익금 세탁은 여러 계좌로 분산해 해외로 빼돌리는 방법이 쓰인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구매나 외화 환전도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이 같은 수법이 널리 퍼져 덜미를 잡히는 사례가 늘어나자 골드바 매입을 끼워 넣어 세탁 단계를 세분화한 것이다. 현물 세탁을 거치면 자금 추적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노렸다.
환전 현금을 수거해 국내 총책에게 전달한 조직원 가운데 두 명은 10대 중국동포 고교생으로 확인됐다. 한 학생에게 중국에서 알던 지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범행을 제안했고, 이 학생은 중학교 동창을 끌어들였다. 두 사람은 대가로 건당 30만~50만 원의 활동비를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에 연루된 해외 조직원들을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