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마켓’ 탬파베이의 반란... 파죽의 개막 9연승

입력
2023.04.10 09:31
오클랜드에 11-0 대승…20년 만의 MLB기록
4연승 더하면 역대 개막 최다 연승 타이

미국 프로야구 MLB의 탬파베이가 개막 후 9연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탬파베이는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열린 2023 MLB 오클랜드와 홈 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몰아치며 11-0으로 대승했다. 정규리그 개막 9연승은 2003년 캔자스시티 이후 20년 만이다. 앞으로 2연승을 더하면 MLB 역대 공동 3위 기록을, 4연승을 더하면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쓴다. 이 부문 역대 기록은 1982년 애틀랜타, 1987년 밀워키가 세운 ‘개막 13연승’이다.

탬파베이가 연승 기간 세운 내용도 압도적이다. 75득점을 하는 동안 18실점을 해 득ㆍ실점 차이가 57점이다. 역대 개막 후 9경기에서 1884년 세인트루이스 마룬스가 득실차 +78점을, 뉴욕 고담스가 +63점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후 처음으로 개막 후 9경기에서 ‘+50점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탬파베이는 개막 후 9경기에서 모두 4점 차 이상으로 완승했다. 개막 후 4점 차 이상 9연승 이상을 달린 팀은 1939년 뉴욕 양키스(10연승)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탬파베이는 이틀 내리 오클랜드를 11-0으로 완파해 2경기 연속 10득점 이상 셧아웃 승리 진기록을 세웠다. 탬파베이가 11일 보스턴전에서 ‘10득점 이상 무실점’으로 승리하면 1885년 뉴욕 자이언츠 이후 처음으로 3경기 연속 10득점 이상 셧아웃 기록을 쓴다. 탬파베이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탬파베이는 MLB에서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이다. 낡은 홈구장과 MLB에 관심이 적다는 지역적 특색 등의 이유로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ESPN에 따르면 탬파베이의 2022시즌 홈 평균 관중은 1만3,927명으로 MLB 30개 구단 중 28위였다. 2021년엔 28위, 2019년과 2018년엔 29위에 머물렀고 2017년엔 최하위인 30위를 찍었다. 구단이 2019년 홈 경기를 미국 세인트피터즈버그와 캐나다 몬트리올로 나눠 치르는 방안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계획은 MLB 사무국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관중 입장 등 수익구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수입이 적으니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도 쉽지 않다. 탬파베이는 그러나 매년 좋은 성적을 낸다. 2019년부터 매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뉴욕 양키스, 보스턴, 토론토 등 부자 구단이 모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거둔 성과라 더 의미 있다.

그래서 유망주를 키워서 주축 선수로 키워낸 뒤 몸값이 오르면 타 구단 유망주와 트레이드해 팀을 재편하는 방식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 또 다방면에 뛰어난 ‘엘리트’를 영입하는 대신 선수들의 능력을 세밀하게 쪼개서 적재적소로 배치한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의 극단적인 플래툰(상대 투수에 따라 타자를 기용하는 전략)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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