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 경제를 이끌던 효자에서 불안 요인으로 변한 반도체, 대(對)중국 무역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중국에서 비롯한 수출 악화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하반기 경기 반등도 늦춰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오전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데 이어 오후엔 '중국 경제 현안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했다. 정부가 최근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반도체, 중국에 대해 잘 관리·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기 위한 성격의 행사다.
반도체 수출은 세계 경기 하강에 따른 수요 감소로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뒷걸음치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감소폭도 지난해 8월 -6.8%에서 2월 -42.5%, 3월 -34.5%로 커졌다. 반도체 역성장에 따라 전체 수출 역시 6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반도체 수출 부진은 우리 기업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1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5.75%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돈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중국으로의 수출 역시 10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 '큰손'인 중국의 경기 위축에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겹친 결과다. 희토류 영구 자석 제조기술 등의 수출을 금지하려는 중국 정부 움직임도 경계할 사안이다. 전기차 등 국내 제조업 필수 품목인 영구 자석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더 굳어진다면, 기업의 원자재 부담이 커져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대책을 내놓으면서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시설 투자 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늘리는 감세가 대표적이다.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0.6%포인트 대출금리 우대 등 무역금융 확대, 수출 관련 예산 조기 집행 같은 수출 개선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만 세계 경기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역시 더디는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조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그동안 많이 수입하던 한국산 중간재를 자급자족하는 소비패턴 변화도 향후 우리나라 수출 회복을 제약하는 악재다. 자칫 경기 부진이 정부 기대와 달리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에 정부는 이달 중 수출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추가 대책을 고심 중이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과의 무역을 확대해 대중 수출 부진을 만회할 대안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또 용인에 조성 예정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완공을 앞당기기 위해 인재 양성, 규제 개선, 연구개발(R&D), 세제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과거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쌀을 뛰어넘어 생명줄과 같은 반도체 초격차를 위해 전폭 지원하겠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경제 환경 속에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 동향도 면밀하게 점검·분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