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 아래...삼성전자, 결국 "메모리반도체 감산" 공식화

입력
2023.04.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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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잠정실적, 영업이익 6,000억 원 그쳐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 하향 조정"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지속에 전략 변경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6,000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심각해짐에 따른 결과로,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7일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은 63조 원, 영업이익은 6,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대비 10.59%, 지난해 1분기 대비 19% 줄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에 비해 86.08%, 지난해 1분기에 비해 95.75%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에 매출 77조7,800억 원, 영업이익 14조1,20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14년 만이다.

이는 증권가 평균 예측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한 달 동안 증권사 보고서를 종합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64조2,012억 원을, 영업이익이 93% 감소한 1조1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 발표와 동시에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정보기술(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위주로 실적이 악화돼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특히 핵심 수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매크로(거시경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시스템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경기 부진 및 비수기 영향 등으로 전 분기에 비해 실적이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 때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이 3조∼4조 원대의 적자를 볼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을 포함한 디지털경험(DX) 부문은 4조 원대의 흑자를 보면서 손실을 상쇄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2월에 내놓은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가 선전한 것이 위안거리다. 삼성에 따르면 갤럭시S23은 전작 대비 유럽과 중동에서 1.5배, 인도에서 1.4배, 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에선 1.7배 높은 판매 성과를 기록 중이다. 국내 판매량도 최근 100만 대를 돌파했다.


"단기적으론 감산, 중장기적으론 투자 확대"



더 큰 문제는 이 부진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특정 메모리 제품을 위주로 감산에 들어갔다고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통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앞으로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 아래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하향세와 경쟁사인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생산 라인 운영 최적화나 연구개발(R&D) 목적 등으로 인한 '자연적 감산'을 뛰어넘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면서 '버티기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내놓았다. 하지만 실적 감소폭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전략을 바꾸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시장의 반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면서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