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판매하려 한 범죄까지 발생하면서 검찰과 경찰이 마약 척결에 한층 고삐를 조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검경에 “마약 유통ㆍ판매조직을 뿌리 뽑으라”며 발본색원을 주문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마약 음료를 제조ㆍ유통한 배후 색출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마약 음료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권한 20대 여성 A씨가 강남경찰서에 자수했다. A씨는 3일 오후 6시쯤 강남구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를 시음행사 중”이라며 고교생들에게 음료수를 건네 마시게 한 일당 4명 중 1명이다.
2인 1조로 움직인 이들은 “구매 의향을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면서 음료를 섭취한 학생들의 부모 전화번호도 받아갔다. 이후 부모들에게 전화해 “돈을 내놓지 않으면 자녀의 마약 복용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이시약 검사를 진행했고,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정확한 마약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도 의뢰한 상태다.
일당 중 49세 여성은 전날 검거됐고, 20대 남성은 자수했다. 경찰은 남은 1명의 신원을 특정해 추적 중이다. 이들은 경찰에서 “4시간에 15만 원짜리 고액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진술이 비교적 일관되는 데다, 2명이 자수한 점 등으로 미뤄 신빙성이 크다고 보고 범죄 시나리오를 짠 배후 세력을 쫓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마약 투약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과 얽혀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불특정 다수의 청소년까지 노린, 전례 없는 마약 범죄에 정부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검경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즉시 사건을 강남서에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로 넘겨 집중 수사하기로 했다. 또 학원 밀집지역에 경찰관 기동대를 추가 투입하고, 범죄예방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청도 관내 1,407개 학교 및 학부모 83만 명에게 ‘긴급 스쿨벨 시스템’을 발령했다. 새로운 유형의 청소년 대상 범죄가 발생했을 때 해당 내용을 카드뉴스와 포스터 형식으로 만들어 학생, 학부모, 교사 등에게 공유하는 체계다.
검찰 역시 “마약 위험성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며 엄정 대응을 다짐했다. 검찰은 특히 19세 이하 마약사범이 2012년 38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10년 새 1,168% 급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10대에도 마약이 깊숙이 침투한 만큼, 이번 사건처럼 다양한 범죄 양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미래세대를 포함해 사회 기반이 붕괴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